[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카카오톡을 통해 게임 출시를 준비하는 중소게임 개발사들이 카카오 측의 강화된 규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카오가 지난 12일부터 '카카오톡 게임하기' 서비스를 통해 출시되는 신규게임에 대해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용의 두가지 버전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다.
이는 카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 콘텐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만,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중소게임사들은 개발비용 상승과 함께 개발기간 연장을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카카오톡 입점하려면 아이폰용 게임도 '필수'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의 비중은 전체의 5~10%에 불과하다. 국내시장을 우선시하는 중소개발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아이폰용 게임 출시는 '계륵' 일수밖에 없다.
하지만 홍보효과와 수익성 확보를 카카오톡에 의존하는 중소게임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처지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캐주얼 게임을 기준으로 두 플랫폼을 동시에 개발할 경우 1~2개월 정도의 개발 기간이 더 소요되며, 프로그램 오류를 수정하는 버그 픽스 과정 등에 투입되는 인력이 늘어나면 자연히 개발 비용이 상승한다.
소셜게임 컨설팅 업체 와일드카드의 김윤상 대표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게임을 출시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인력이 많은 대형 업체들에서 두 플랫폼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며 “하지만 중소 규모 게임사에서는 인력과 기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안드로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애플의 까다로운 검수규정 때문에 게임을 완성해놓고도 출시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톡 게임하기’로 게임 출시를 준비중인 A사는 ‘애니팡 하트(게임을 할 수 있는 권리를 현금으로 구매하거나, 유저들간 주고 받을 수 있는 게임 콘텐츠)’와 유사한 콘텐츠를 게임에 실었지만, 애플은 “인앱 결제 콘텐츠를 유저간 주고받는 행위는 안된다”는 앱스토어 정책을 내세워 심의를 거부했다.
이미 출시된 게임에서 구현된 기능이라고 애플 측에 설명해봤지만 ”애플의 검수 기준은 상황에 따라 변경된다”며 “해당 기능을 가진 다른 게임들도 업데이트 시 재검수를 받는다면 승인이 거부될 수 있다”는 답변을 얻었을 뿐이다.
결국 A사는 해당 기능을 서버에서 작동하지 못하게 막아놓은 상태에서 애플에 재검수를 요청했다.
또 최근 카카오톡에 게임을 런칭한 소규모 게임 개발업체인 B사는 검수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로 심의가 지연되자 아이폰용 게임에서는 아예 기능을 빼버렸다.
A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선 안드로이드용으로 게임을 출시하고 어느 정도 수익이 나는 게임들만 아이폰 버전을 출시하는 방향으로 카카오가 정책을 수정했으면 좋겠다”며 “카카오톡만 아니라면 게임사 입장에서는 검수과정도 복잡하고 수익성도 떨어지는 아이폰용 게임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털어놨다.
◇ 카카오톡 게임하기
◇카카오 "개발사 고충 이해하지만.."
카카오 측은 중소개발사들의 안드로이드·아이폰 동시 발매에 따른 어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이용자들의 편익과 국내 개발사들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사용자 모두 카카오톡의 고객인 만큼 양쪽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아이폰의 전세계 점유율은 20% 수준으로 국내 개발사들의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두 버전 동시 발매는 필수적이라는 게 카카오 측의 설명이다.
특히 미국 시장의 아이폰 점유율은 50% 수준이며, 일본도 30%에 달해 모바일 게임 성장가능성이 큰 시장일수록 아이폰의 점유율이 높다.
이수진 카카오 팀장은 “아직 정책이 시행된 지 얼마되지 않았고, 지난 1월 말 정책도입이 알려진 이후에도 제휴 신청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당장은 중소개발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겠지만 해외시장 등을 고려해 볼 때 장기적으로는 개발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팀장은 “카카오는 더 나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개발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개발사에서 언제든 좋은 의견을 주신다면 적극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앱스토어의 까다로운 검수에 관해서 애플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게임 검수는 본사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쪽에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하지만 최근의 안드로이드 진영의 악성코드 문제만 봐도 사용자를 위해 앱을 철저히 검수하는 애플의 정책은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