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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지휘자 "사이먼 래틀에게 연락 오는 꿈 꿔요"
박성준 베를린 신포니에타 상임지휘자 기자간담회
입력 : 2013-05-28 오후 1:20:44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베를린 신포니에타의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박성준 지휘자의 기자간담회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풍월당 아카데미에서 열렸다.
 
박성준 지휘자가 맡고 있는 베를린 신포니에타는 독일의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와 베를린 필하모니를 근거지로 삼는 오케스트라다. '베를린 음악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박 지휘자는 자신의 오케스트라와 베를린의 음악적 풍토에 대해 소개하는 한편 올해 부활절 음악회의 마스터링 음원을 당당히 공개하고 마음 속 야심찬 꿈도 솔직하게 밝혔다.
 
◇올해 3월31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열린 부활절 음악회에서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릴리야 질버스타인과 협연 중인 박성준 베를린 신포니에타 상임지휘자(사진제공=공연기획사 Lim AMC).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는 박 지휘자는 국내 음악팬들에게는 사실 다소 낯선 이름이다. 국내에서는 경희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객원지휘자를 지낸 바 있다.
 
독일로 건너간 이후에는 1989년 빈 국립음대 교수인 칼 외스터라이허가 만든 사설학교에서 개인제자로 지휘 수업을 받았다. 1991년 빈 국제 마스터클래스에서 가장 뛰어난 지휘자 3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면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부상으로 받고 유럽 무대에서 지휘자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동유럽에서 프로 지휘자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해 2004년에 독일 라이프치히에 가게 됐고, 베를린 신포니에타와는 2005년부터 객원지휘자로 인연을 맺은 후 지난 2012년 5월부터는 베를린 신포니에타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지휘자로서 주로 연주하는 곡은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 등으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레퍼토리를 선호한다. 다음은 박성준 지휘자와의 일문일답.
 
-베를린 신포니에타와 인연에 대해 소개해달라.
 
▲2005년 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 베를린 신포니에타와 함께 크리스마스 음악회를 열게 됐다. 그때 헨델의 메시아 전곡을 지휘했다. 그 당시 내가 이제 제2의 카라얀, 제2의 아바도가 되나 보다 생각했을 정도로 연주회가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세계 최고의 홀에서 매진 사례를 빚으며 베를린 청중들 앞에서 연주를 했는데 커튼콜도 여러 번 받았다. 그런데 음악회 끝나고 청중들이 전부 그냥 뿔뿔이 흩어져 가더라. 그래서 이상하다 싶었다. 어디서 연락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없었다. 연주회를 한 번 하면 그걸로 끝인 셈이다.
 
그 후 베를린 신포니에타가 가끔씩 다시 지휘를 부탁하면서 2012년까지 객원으로 인연을 맺어왔다. 그러던 중 2012년 신년음악회를 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 연주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 때 베토벤 9번 교향곡을 했는데, 보통 이 곡은 주로 상임지휘자들이 하는 곡이다. 이 오케스트라는 원래 상임지휘자 없이 운영되던 단체였는데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연주한 후 내가 최초의 상임지휘자가 됐다.
 
-베를린 신포니에타는 국내 관객에게는 다소 낯선 오케스트라다. 어떤 오케스트라인가?
 
▲베를린에서 가장 뛰어난 오케스트라는 베를린 필하모닉이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장기 집권했고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거쳐 현재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유명한 오케스트라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동독은 문화적 자부심이 상당하지 않았나. 서독의 대표적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과 별개로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에 걸맞은 오케스트라를 창단하자 해서 1952년에 만들어진 게 동독의 베를리너 심포니 오케스트라(현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다. 그리고 베를리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가 1974년에 소속 단원들을 데리고 챔버 오케스트라로 만든 게 베를린 신포니에타다. 우리 오케스트라 태생은 독일에서도 동베를린 쪽인 셈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카라얀 때부터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연주했던 분이 현재 우리 베를린 신포니에타의 악장이다. 또 베를리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부악장 출신도 있다. 1989년 동서독의 통일 이후 현재 이곳에서 동서독 출신들이 스스럼 없이 어우러진다. 어떻게 보면 우리 나라의 미래가 펼쳐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베를린의 오케스트라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면?
 
▲사실 베를린 필하모닉, 베를리너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를린 신포니에타 등 각 오케스트라 별로 단원들이 전부 다른 것이 아니다. 출신 상으로 보면 상당 부분 겹쳐 있다. 오케스트라라는 것은 대규모로 앙상블을 늘려놓은 것인데 이 앙상블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훈련된 분들이 모여서 수십 년 간 어우러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앙상블을 만드는 것은 몇 년 내에 가능하지 않다. 콩쿠르에 입상할 정도로 실력이 있고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앙상블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케스트라는 상당히 특이한 면이 있다.
 
-유럽 음악계에서 자리 잡기 어렵지 않았나? 사실 동양인에게 베토벤의 시그니처 곡을 좀처럼 맡기려 들지 않았을 텐데.
 
▲나도 그런 부분에 대해 사실 의아하다. 자랑하고자 하는 얘기가 아니라 베토벤 5번 교향곡, 3번 교향곡, 브람스의 1번 교향곡, 드보르작의 신세계 같은 곡을 연주할 때 해석이 이상하다는 소리를 못 들어봤다.
 
베를린 국립 음악아카데미에 계시다 지금은 작고하셨고, 성시연 서울시향 지휘자의 스승이기도 했던 롤프 로이터 교수님으로부터 심지어 이런 얘기도 들었다. ‘네가 연주하는 베토벤 9번을 들으니 베토벤이 여기 와서 지휘하는 것 같다. 사운드 자체가 불꽃이 튀는 것 같다’. 또 ‘리듬감은 동양인이 하는 것 같지 않다’는 말도 들었다.
 
요즘 한창 뜨는 지휘자인 구스타프 두다멜이 여러 가지 찬사를 받는데 사실 그분에 대한 평가가 갈린다. 그분은 리듬감에 대해 라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적이지 않고 사실상 대중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내 음악은 ‘오리지널리티가 충분하다. 가식이 없고, 군더더기나 꾸밈이 없다.’는 얘기를 주로 들었다.
 
-로컬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서 좋은 연주를 하는 것도 좋지만 신생 오케스트라를 키워내는 것도 지휘자로서 목표로 삼을 만한 일 아닌가? 국내에서 활동하며 국내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볼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
 
▲국내 교향악단의 지휘도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그런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제의는 없는 상태고, 현재 베를린 신포니에타의 상임지휘자이긴 하지만 거기에 시간적으로 완전히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정명훈 지휘자도 라디오 프랑스 상임지휘자를 하면서 서울시향을 지휘하시지 않나. 나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어쨌든 우리 베를린 신포니에타를 맡고 있는 것은 지휘자 개인으로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지휘자가 지휘하는 만큼 나오는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이 오케스트라를 만났지만 내가 지휘를 하는 것 이상으로 언제나 응답을 해준다. 개인적으로 한가지 궁금한 게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에 왜 연로한 사람이 없고 젊은 사람만 있을까. 그럼으로써 얻는 것도 있겠지만 잃는 것도 있다는 생각이다. 연로하신 분들이 연주하면 비브라토가 잘 안 들어간다는 점이 있지만 사운드의 깊이는 훨씬 있다.
 
그러나 내가 상황에 따라 유스오케스트라를 맡는다면 거기에 맞게 키우고 이바지 할 마음이 있다. 오케스트라는 그릇이라고 본다. 그릇이 커야 거기에 많이 담을 수 있는데 유스오케스트라는 사실 그릇이 작다. 요구하는 것이 사운드로 나오지 않는다. 앙상블을 이루는 면이 부족하고 지휘자를 보는 훈련도 덜 되어 있다.
 
-오케스트라에서 연로한 연주자들이 빠지고 젊은 사람들이 주를 이루게 된 이유는?
 
▲일시적인 유행이라고 본다. 깊이 있는 사운드, 무르익은 사운드, 따뜻한 사운드, 내면성보다는 보여지는 것, 색감이나 생동감 있는 것을 요구하는 어떤 국제적인 흐름 때문에 젊은 분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래서 연로하신 분들이 많이 밀려 났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오케스트라에는 학생들도 있지만 연륜 있는 분들이 함께 있다. ‘정통 독일 사운드’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정제된 독일의 사운드 말고도 탐구해보고 싶은 음악이 있나?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을 특히 많이 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구스타프 말러다. 요즘 한국에서도 많이들 좋아하시더라. 말러 전곡 교향곡에 도전하고 싶다. 1, 5, 4, 6번은 객원지휘자 시절에 체코에서 연주하기도 했었다. 또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들도 도전하고 싶다. 신포니에타라는 게 사실 런던, 시카고, 암스테르담, 로마 등 어느 도시에나 있다. 대체로 챔버 규모이고 우리도 그렇지만 기록을 보면 베를린 신포니에타는 1999년에 베를리오즈의 레퀴엠을 연주한 적이 있다. 130명까지 규모 확장이 가능한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그런 대곡을 나도 한 번 연주해보고 싶다.
 
-내년에 있을 내한공연에 대해 설명해 달라.
 
▲현재 긍정적으로 추진 중이다. 독일과 한국에서 협의들이 오고 가고 있는 상황이다. 날짜나 홀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지만 조만간 정해질 예정이다.
 
레퍼토리는 세 가지로 정했다. A안은 작년 부활절 음악회 때 했던 레퍼토리, 즉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다. B안은 올해 부활절에 연주했던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몰다우,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를 그대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체류 일자가 열흘 이상 된다면 C안은 소편성으로 구성된 비발디의 사계,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등을 연주하는 것이다.
 
-유럽 기반으로 활동하다가 한국 공연을 하게 되는 셈인데. 소감은?
 
▲일단 기쁘다. 사실 한국에서 연주는 거의 안 했지만 경험은 몇 번 있다. 그런데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그 때는 현저하게 낮았고 지금은 말씀 드렸다시피 최고의 오케스트라라고 자부하기 때문에 굉장히 기대가 크다. 내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내가 원하는 음악을 보여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공연이 되리라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지금 베를린 신포니에타의 상임지휘자가 내게 영광적인 자리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작으로 보고 있다. 어렸을 때 진짜 꿈은 비엔나 필하모닉이나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자가 되는 것이었다. 지금도 변함이 없는 꿈이다. 베를린 신포니에타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면서 앞으로 베를린 필이나 비엔나 필의 객원지휘를 시작하는 것. 지금도 꿈을 꾸고 있다. 사이먼 래틀이 오늘은 아니지만 내일이라도 와서 우리 오케스트라 지휘 한 번 해 달라고 할 거라고(웃음).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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