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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블랙홀' 무서워 '개헌' 못하랴
입력 : 2013-06-10 오후 4:03:23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범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1987년 6.10 민주항쟁으로 대한민국은 "29만원밖에 없다"는 전두환 독재를 몰아내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26년이 지난 오늘은 다시 한 번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대선 전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개헌을 공약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일까.
 
10일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제왕적 대통령제를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로 올해 안에 개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총리는 그러나 "국정과제를 확정하고 일자리창출과 복지에 전념하고 있는 마당에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임기 초반의 관심이 개헌 논의로만 집중돼 창조경제 및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같은 박근혜식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안철수 현상'에서 보듯 국민들이 기성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면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이 공약을 실천해 개헌의 동력을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미 정치권은 물론 갑을관계로 신음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선 더 이상 '87년 체제'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비중있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절차상의 문제로 제동을 걸었지만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달 헌법개정연구회를 설치해 개헌을 논의키로 합의를 했었다.
 
지난 4월23일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소속 여야 의원 100여명이 개헌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주장한 바 있다.
 
또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개헌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어 박 대통령의 임기와 관련된 부담도 없다.
 
결국 논의 시작과 동시에 모든 현안을 쓸어담을 '개헌 블랙홀'이 무서워 '논의의 장'조차 열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상황과 똑같은 셈이다.
 
아울러 4년 중임제 개헌은 많은 폐단을 야기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을 분산하는 효과 뿐만 아니라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의 주기를 맞춰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이 대목에선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로 여겨지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후속 논의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선거법 개정을 통해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 ▲정당명부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 등으로 대체, 고착화된 거대양당의 구도를 종식시키자는 주장이다. '87년 체제' 극복을 위한 대안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민주주의는 26년 전 6.10 민주항쟁이 발발해야 했을 만큼이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87년 체제 이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라 하겠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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