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시급한 정기국회 의사일정이 결국 마비됐다. 새누리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자 민주당이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 18일 시정연설에서 "여야 간에 합의를 해주신다면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당부가 무색해지는 장면이다.
박 대통령의 "여야 합의" 언급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을 놓고 정치권의 대립이 악화일로를 걷던 와중에 나온 것이라 정국 정상화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됐다.
실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전격 회동해 ▲특검·특위 ▲법안·예산 ▲정치개혁을 논의할 4인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여야 합의를 이루기 위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특검 불가 기조를 고수했다. 박 대통령의 "여야 합의" 주문을 제1야당은 따르려고 했지만 오히려 집권 여당이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이에 박 대통령의 언급은 처음부터 빈말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협상을 해오면 받겠다고 여지를 남긴 뒤 '특검 불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자"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시정연설에서 유일하게 진전된 내용이 "여야 합의"밖에 없었다는 점이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한다.
황 대표가 사나흘 안으로 답변을 주겠다고 응답해놓고 최경환 원내대표가 강창희 국회의장을 수차례 찾아가 직권상정을 압박한 대목 역시 청와대와 여당이 처음부터 '특검 불가' 입장이 확고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김한길 대표(사진)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야당과 대화하기조차 두려워하는 여당에게 더 이상 희망을 거는 것은 무망하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라고 29일 강력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