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일하는 국가공무원들의 '개인적 일탈행위'가 점입가경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부터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의 채모군 개인정보 불법 유출까지 모든 의혹은 '개인 일탈'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4일 총무비서관실 조오영 행정관이 서울 서초구청 조이제 국장에게 채군의 인적사항을 요청하는 문자를 보내 불법 열람한 가족관계 등의 정보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으며, 조 행정관을 직위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조 행정관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안전행정부 소속 공무원인 김모씨의 의뢰로 채 전 총장 관련 정보를 조사했다면서도 "청와대와는 관련이 없는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김모씨가 무슨 이유에서 조 행정관에게 채 전 총장 관련 정보의 불법 유출을 의뢰했는지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할 일이라며 조 행정관의 '개인 일탈'에 방범을 찍어 '청와대 개입설' 차단에만 주력한 셈이다.
이에 청와대가 김모씨 선에서 꼬리를 잘랐다는 비판과 동시에 김진태 신임 검찰총장에게 청와대를 수사선상에 올리지 말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기관들도 소속 공무원의 불법 행위는 개인의 일탈에 불과하다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다는 점이다.
채동욱 검찰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한 뒤 혼외자 논란이 터져 '찍어내기' 의혹이 벌어진 걸 감안하면 대선 개입 및 수사 외압 의혹들을 부인하는 모범답안이 "개인 일탈"인 것이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4일 국정감사에서 여직원 김하영씨 등의 댓글 의혹에 대해 "개인적인 일탈일 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2일엔 국방부도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관련자들은 소환 조사에서 개인의 블로그와 트위터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고, 별도의 지시는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와 국정원, 청와대가 마치 약속이나 한 것럼 "조직적 범죄가 아닌 개인 일탈"이라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사진)은 5일 "무슨 일만 생기면 개인 일탈이라고 한다"면서 "검찰의 책임 있는 수사, 당부하고 또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또한 "거창하게 국가와 정의, 이런 얘기 않겠다.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여권의 행태를 맹비난했다.
표 전 교수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그동안 많은 범죄 피의자·용의자·혐의자들 봐왔지만, 당신들 모습이 딱 그들 모습 그대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