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가기관 전반으로 번진 대선 개입 의혹에 박근혜 정부는 한결같이 대처하고 있다. 바로 '꼬리 자르기'다.
정부는 국가정보원·사이버사령부·채동욱 찍어내기 사건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윗선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꼬리 자르기'가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국방부는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몸통은 심리전단장이며, 정치적 중립은 위반했지만 조직적 대선 개입은 아니었다고 결론지었다.
요원들이 1만5000여건의 정치 글을 작성한 이유는 3급 군무원에 불과한 이모 심리전단장이 직무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지시했기 때문이며,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나 전·현직 사이버사령관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 전 사이버사가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옹호, 비판한 것에 대해 정치 중립 의무를 어긴 건 맞지만 대선 개입은 아니라는 국방부의 발표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와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정치관여죄는 목적성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이버사의 정치 글 작성이 정상적 심리전의 일환이었든, 비정상적 대선 개입을 위해서였든 그것은 본질이 아니라는 얘기다.
진 의원은 이어 "정치에 관여한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면서 "명백하게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면 대선에 개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과장급에 불과한 심리전단장이 몸통이라는 국방부의 발표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전·현직 사이버사령관이 심리전 작전 결과를 보고받았음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금지된 정치 개입 행위를 제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진 의원은 "심리전단의 활동은 매일 아침 정리되어서 사령관에게 보고가 되고, 그것이 계통을 밟아서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까지 보고가 됐다는 것"이라며 상부와의 연관성을 의심했다.
한편 이와 비슷한 정부의 대선 개입 꼬리 자르기 의혹은 또 있다. 청와대는 지난 4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의 채모군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개인 일탈'로 치부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총무비서관실 조오영 행정관이 서울 서초구청 조이제 국장에게 채군의 인적사항을 요청하는 문자를 보내 불법 열람한 가족관계 등의 정보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그러면서 조 행정관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안전행정부 소속 공무원인 김모씨의 의뢰로 채 전 총장 관련 정보를 조사했다며 "청와대와는 관련이 없는 개인적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김모씨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현재 제3자가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몸통이 청와대와 관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국정원 역시 댓글 사건에 대해 여직원 김모씨 등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입장을 보여 사이버사 및 채동욱 찍어내기 사건과 똑같은 모습을 되풀이한 바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 국정원 등 박근혜 정부는 윗선의 조직적 지시·개입 가능성을 차단한 채 개인 일탈로 꼬리를 자르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