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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의 스포츠에세이)'세입자' FC서울, 주인 때문에 '울상'
입력 : 2014-08-06 오후 2:26:55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6일 저녁 울산현대와 경기를 앞둔 FC서울이 서울월드컵경기장 동쪽 관중석 전체를 폐쇄했다. 오는 9~10일 '현대카드 CITYBREAK(시티브레이크) 2014' 콘서트가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 콘서트 관객을 위해 축구장 동쪽에는 철근 구조물이 세워졌다. 축구팬들은 반쪽자리 축구장을 만날 예정이다.
 
◇동쪽 관중석이 폐쇄된 서울월드컵경기장. (사진=현대카드 페이스북)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을 포함한 K리그 전체가 많은 손가락질을 받았다. "월드컵 이후 K리그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 같은데 찬물을 끼얹었다", "팬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처사다", "이게 K리그의 현실이다" 등의 볼멘소리가 서울과 K리그를 향했다.
 
K리그의 현실이란 걸 부정할 수는 없다. 축구장 반쪽이 날아간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조금은 다르다.
 
비판의 화살이 가야 할 곳은 서울과 K리그가 아니다. 서울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K리그를 주관하는 프로축구연맹에서도 손을 쓸 수 없는 부분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서울의 홈구장인 것은 맞지만 엄연히 소유주는 서울시 산하의 서울시설관리공단이다. 시설관리공단 측면에서 보면 서울은 그저 경기장을 1달에 2~3번 정도 빌려 쓰는 세입자에 불과하다.
 
이미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이번 콘서트 외에도 오는 15일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콘서트, 9월6~8일 종교행사, 10월23일 롤드컵 결승전이 계획돼 있다.
 
◇주인이 쓴다는데 어떻게 거절?
 
◇4일 경기도 구리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울산현대전 기자회견에서 경기장 관중석 폐쇄와 관련해 "죄송하다"고 말한 FC서울의 최용수 감독. (사진=FC서울)
 
현행법상으로 경기장의 소유주는 프로구단이 아니다.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와 농구도 마찬가지다. 홈경기임에도 해당 구단이 지자체에 빌려 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서울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문화·집회시설 중 하나다. 경기장의 모든 사용 승인권한은 시설관리공단에 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주경기장(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축구경기뿐만 아니라 문화예술행사, 종교행사, 기업체 창립행사 등 각종 행사장소로도 개방하여 운영 중에 있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덧붙여 홈페이지는 '매년 2월 중 대관공고에 의한 방법으로 신청접수를 받고 있으며 3월 이후 연중 수시 접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 시설공단 측 잘못이다. 축구팬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FC서울 일정은 올해 초에 전달받았다. 이후에 현대카드 콘서트 일정을 봤는데 생각보다 컸다"고 사전에 약속된 것임을 밝혔다.
 
흥미로운 부분은 '허가기준 및 용도'라고 구분된 부분이다. 이 부분을 살펴보면 ▲1순위: 축구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월드컵, 올림픽, 국가대항전 등) 대행행사(3만장 이상 관람권 발행 행사 ▲2순위: 아시아경기대회 결승, 외국유명 팀 초청경기, 공공행사 ▲3순위: 프로축구, 국내 큰 대회 결승, 국제대회 예선전, 문화예술 행사로 기록돼 있다.
 
사실상 서울의 K리그 클래식 경기는 1~3순위 중 3순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7만5000여 명이 몰린 이번 현대카드 콘서트는 서울시설관리공단 눈에서 봤을 때 서울의 경기와 같은 순위이거나 그 이상이다.
 
서울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우리에게 FC서울은 0순위"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똑같이 서울과 현대카드 측이 사전 일정을 알렸는데 서울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현 상황을 '0순위'라고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사실 축구장을 둘러싼 논란이 처음 일어난 것은 아니다. 비슷한 일이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
 
전북현대가 홈으로 쓰고 있는 전주월드컵경기장도 지난 2008년에 콘서트를 유치했다가 잔디가 망가져 큰 혼란을 빚었다. 지난해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가수 조용필의 콘서트가 열려 경기장 중앙을 비롯한 곳곳에 맨땅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해당 지자체가 허락한 행사이기에 구단들로서는 속으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장 사용에서 구단은 '을'에 가깝기 때문이다.
 
서울도 이런 일을 처음 겪는 것은 아니다. 언론에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던 사건은 지난 2006년 8월11일 훈련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서울은 수원과의 FA컵 8강전을 하루 앞두고 있었는데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잔디 보호를 위한 통풍을 해야 한다"며 경기장 사용 신청을 허락하지 않았다. 당장 내일이 중요한 경기라 서울 입장에서는 난감했다. 할 수 없이 서울은 보조구장 사용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시설관리공단 측은 똑같은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구단의 경기장 소유는 안 되나?
 
지난 12일 4만 6549명이 몰린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 모습. ⓒNews1
 
지자체가 경기장을 갖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물론 지자체 사정도 이해해야 한다.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경기장을 1달에 2~3번 있는 K리그 경기를 위해 무작정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K리그 경기가 지자체의 경기장 관리 비용에 절대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결국 시를 비롯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모든 관리비용을 내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적자에 허덕이게 된다. 실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며 10개의 축구장이 생겼는데 이 중 절반인 5곳이 매년 적자다. 경기장 하나에 1년 평균 30억 가까운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 대부분 구단이 이런 현실을 알고 있다. 인천유나이티드가 지난해 2월부터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운영권을 가졌을 뿐이다.
 
포스코가 지어서 시에 기부한 포항스틸야드(포항)와 광양축구전용구장(전남)이 아니면 각 구단은 지자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K리그 구단은 지자체의 경기장 운영에 생각보다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축구장에 대형마트와 영화관 등 부대시설이 생기고 콘서트와 종교행사가 끊이지 않고 열리는 이유다. 이는 단순한 산업적 경제활동이 아니라 적자를 최소화하겠다는 지자체와 시의 의지다.
 
그렇다고 구단이 경기장을 소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단이 경기장을 자신의 재산으로 잡는 순간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분류돼 막대한 세금이 청구된다.
 
포스코가 전액 출자해 포항스틸야드와 광양축구전용구장을 지었음에도 이를 지자체에 기부하고 장기 임대 방식을 택한 것도 이런 이유다.
 
◇축구 선진국 유럽은?
 
전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을 살펴보면 얘기가 다르다. 프로 구단이 경기장을 소유하거나 장기 임대하고 이를 365일 활용해 수익을 올린다는 건 기본 상식이다. 축구를 기업의 홍보수단이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철저한 마케팅에 따라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산업이 영화나 관광 산업보다 큰 시장이라는 것은 선진국에선 널리 알려진 얘기다.
 
이 때문에 소모적인 성적 지상주의보다는 구단의 영업이익이 우선으로 꼽힌다. 팬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각종 서비스와 마케팅은 이렇게 나온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의례 '프로스포츠란 홍보 효과가 첫째'라는 한국과는 다르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 우승하는데 최고의 가치를 두지만 구단 운영진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건전한 이익을 얻는데 몰두한다.
 
구단이 가진 경기장에 스폰서 이름이 붙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구단은 자신들의 구장에 기업 이름을 붙여주고 거액을 받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에미레이츠스타디움(아스널)과 에티하드스타디움(맨체스터시티), 독일 분데스리가의 알리안츠아레나(바이에른뮌헨), 박지성이 뛰었던 네덜란드의 필립스스타디움(PSV에인트호번)이 이런 사례다.
 
국내 프로축구단이 구장을 갖는 등 축구를 하나의 산업으로까지 끌고 가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축구장을 둘러싼 구단과 지자체의 미묘한 입장 차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를 바라보는 축구 팬들과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이 또 불거질 가능성도 항상 있다. 지자체로부터의 장기 임대를 활성화하는 등 현실적인 개선안부터 차근차근 나올 때다.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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