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실세'로 통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정권의 주요 국무위원들이 잇따라 담화문을 발표하며 국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정 총리는 29일 "지금 경제활성화 법안을 비롯하여 세월호 관련 법안 등 국민을 위해 시급히 처리돼야 할 많은 법안들이 국회에서 막혀 있다"며 "입법이 지체될수록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은 더뎌지고 민생회복은 더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활성화 방침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생법안 처리 등 입법부의 뒷받침이 절실한데, 국회가 세월호 정국에 갇혀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정부가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관련 30여개 법안은 모두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법안"이라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조세특례제한법 ▲국가재정법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언급했다.
이는 사흘 전 최 부총리가 "어렵게 만들어낸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 정책들이 실시간으로 입법화되어도 모자랄 판인데 국회만 가면 하세월"이라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던 법안들로, 사실상 같은 내용의 담화를 정 총리가 똑같이 되풀이한 셈이다.
이처럼 정부가 '국회 타령'으로 목청을 높이는 이유는 개회를 앞둔 9월 정기국회를 통해 세월호 정국을 종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세월호 참사는 최근까지 유가족 김영오씨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을 유구하며 목숨을 건 단식을 벌이는 등 사고 발생 136일이 지난 현재까지 '진행형'이기 때문.
특히 사고 발생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 7시간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면서 외신들까지 이를 보도하는 등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세월호 정국 장기화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보수진영의 '전가의 보도' 경제 카드를 꺼내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국회를 정상화시킬 실질적인 노력은 방기한 채 정부가 날마다 언론플레이에만 열을 올리는 무책임한 모습은 몹시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를 풀 생각은 않고 국회에 공을 넘긴 형국이다. 2기 내각 경제팀 수장은 총리와 함께 경제를 볼모로 야당을 몰아붙이고 있다.
정부가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으로 27일 내놓은 퇴직연금 순차적 의무화 도입 방침이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근원적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걸 감안하면 최 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핵심 인사들은 '정쟁'이 아니라 '정책'에 매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히자는 야당과 유가족의 당연한 요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가 짝퉁 민생입법을 촉구한 것은 세월호 문제를 덮기 위한 떼쓰기 입법요구"라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