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대표팀 주전 수문장을 향한 전쟁이 중동 원정에서도 이어진다.
지난 브라질월드컵 이후 김승규(24·울산현대)가 중용되는 듯했으나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김진현(27·세레소오사카)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에는 정성룡(29·수원삼성)이 다시 대표팀에 합류하며 3명의 끝없는 '골키퍼 전쟁'이 다시 브라질월드컵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1월 축구대표팀의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서 경쟁한 정성룡(왼쪽)과 김승규. ⓒNews1
축구대표팀은 오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요르단 대표팀과 맞붙는다. 18일에는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대표팀과 대결한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사실상 최종 평가전의 성격이 강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일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평가전은 아시안컵을 앞둔 제게도 큰 의미가 있다. 선수들에게 정신적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주전 자리가 간절한 이들 골키퍼 3명은 사력을 다할 전망이다. 당장 중동 원정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많은 기회를 준다고 해도 2경기를 갖기 때문에 1명은 출전이 어렵다. 경기에 앞서 훈련에 더 많은 집중력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가장 앞서 있는 이는 김승규다. 그는 브라질월드컵 이후 정성룡을 대체할 주전 골키퍼로 떠올랐다. 동물적인 순발력과 감각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막기 어려운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내며 어느새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김승규도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지난 10월 2차례의 평가전에서 김진현을 활용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김진현은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파라과이전에서 무실점 선방을 펼치며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여기에 정성룡이 다시 가세한 모양새다. 정성룡은 A매치 63경기에 출전해 경험 면에서 가장 앞선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K리그에서 묵묵히 뛰는 그를 관찰한 뒤 자신이 직접 데리고 훈련하며 지켜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심한 부침을 겪은 정성룡은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땀 한 방울 한 방울을 소중히 생각하겠다"며 "준비를 하지 않으면 운동장에서 보여드릴 수 없다. 경기에 뛰든 안 뛰든 연습부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특히 그는 "최후방에 있는 선수로서 앞에 있는 수비수와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자신만의 강점을 당당히 드러냈다. 이미 어떻게 해야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이 될 수 있는지 정성룡은 알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표팀 선발과 관련해 "어느 선수든 대표팀에 소집할 때 체력과 심리적인 모든 면을 고려한다"고 묘한 답변을 내놓은 상태다.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선 케일러 나바스(코스타리카), 기예르모 오초아(멕시코), 빈센트 옌예마(나이지리아) 같은 골키퍼들이 신들린 '선방쇼'를 펼치며 자국 대표팀의 좋은 성적에 일등공신이 됐다.
골키퍼라는 특수성과 더불어 팀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축구계와 팬들은 주전 골키퍼 경쟁을 놓고 나름의 분석과 전망을 하고 있다.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주전 골키퍼 후보로 떠오른 김진현.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