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MBC와 SBS가 K리그 중계를 늘려야 한다. 특히 KBS가 중계를 늘리지 않으면 실망할 것 같다."
지난해 K리그 올스타전에 참석한 이영표(38) KBS 해설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행사에 박지성(34)이 참석해 수많은 취재진의 눈길이 쏠린 상황에서 소신 발언을 한 것이다. 이영표 위원의 발언은 K리그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K리그 팬들은 중계에 목말라 있다. TV를 켰을 때 K리그가 나오는 날을 항상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지상파는 언감생심이다. 스포츠 케이블채널에서도 K리그 전 경기를 볼 수는 없다.
지상파 3사의 최근 3년간 K리그 생중계는 16경기가 전부다. 스포츠 케이블채널도 시즌이 비슷한 프로야구 중계에 바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인터넷방송 중계가 있지만 제작 비용을 줄이기 때문에 카메라 기술이나 화질이 떨어진다.
2012년 개국한 스포티비플러스(SPOTV+)가 축구전문 채널을 자처하며 K리그 중계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경기를 생중계하기에는 힘들다. K리그 중계권 판매사인 에이클라가 운영하는 이 채널 또한 낮은 시청률 탓에 광고 유치가 녹록지 않다. 프로축구연맹은 경기 제작비 일부를 SPOTV+에 지원하고 있다.
SPOTV+ 방송사업부의 조호형 부장은 "시청률 때문에 광고 유치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제작비를 지원받아도 송출비와 인건비가 있어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K리그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올 시즌에도 계속 중계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슈퍼매치'로 불리는 FC서울과 수원삼성의 관중석 모습. ⓒNews1
스포츠 케이블채널조차 K리그를 외면하는 이유는 낮은 시청률 때문이다. 지난해 스포츠 케이블채널의 K리그 평균 시청률은 0.3%에 불과했다. 매 경기 1%를 넘나드는 프로야구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FC서울과 수원삼성이 맞붙는 슈퍼매치가 1.8%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상파와 스포츠 케이블채널은 K리그 중계를 뒷순위로 두고 있다. 반면 K리그 팬들을 비롯한 축구계는 "지상파는 둘째고 케이블에서라도 중계가 꾸준히 있어야 시청률도 늘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예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처럼 일단은 중계권료를 받지 않고 공급하자는 의견도 있다. 축구 인기가 높아져 나중에 수익성이 높아졌을 때 방송사와 계약을 맺자는 것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중계권료로 연맹이 얻는 수익은 매년 65~68억원"이라고 전했다. 이 금액을 미래를 위한 투자금으로 생각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는 시즌 전부터 지상파 중계 확대 움직임이 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지난해 월드컵과 올해 아시안컵 등을 계기로 K리그 중계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왔다"며 "조만간 K리그 중계 확대 등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상파 중계가 늘어날 경우 자연히 스포츠 케이블채널의 편성 횟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방송국들과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다. 올해는 중계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SPOTV+와도 일단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을 치르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방송사들의 홍보는 화려했다. 지난달 끝난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지상파와 스포츠 케이블채널 가릴 것 없이 중계 경쟁은 치열했다. 팬들과 축구계는 이러한 분위기가 내달 7일 개막하는 K리그에도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삼성의 관중들. (사진=수원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