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2세대 K5 MX모델(사진=기아차)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기아차에게 K5는 승부수였다. 1998년 현대차그룹에 흡수된 기아차는 당시 연달아 출시한 옵티마와 로체가 시장의 싸늘한 반응을 얻으며 침체기를 겪었다. 기아차는 과감하게 세계적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파격적 조건으로 영입했고, 그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2010년 출시된 1세대 K5다.
승부수는 시장에 확실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출시 이후 전세계에서 누적 140만대 이상을 팔아치우며 명실공히 글로벌 중형세단에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한때 국민 중형차 쏘나타의 월간 판매량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재 기아차 디자인의 패밀리룩의 초석이 됐다.
이런 K5가 5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로 돌아왔다. 모델 노후화로 막바지 부침을 겪긴 했지만 펼쳐둔 활약을 감안하면 갈채를 받으며 등장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마음껏 박수를 쳐줄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짊어질 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입차 공세에 뚝 떨어진 내수 시장 판매량은 물론 RV 인기에 밀린 중형 세단의 자존심까지 끌어올려야한다. 그럼에도 기아차는 신형 K5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1세대 모델이 디자인 측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만큼 기존 모델의 디자인 정체성을 살린 2가지 외관과 5종의 엔진 라인업을 갖춘 모델로 중형차 시장의 부활을 이끌겠다는 기아차의 자신감. 주력 트림이 될 2.0 가솔린과 1.7 디젤모델을 대상으로 확인해봤다.
모던 익스트림(MX)과 스포츠 익스트림(SX)라는 이름으로 듀얼 디자인을 표방한 외관 디자인은 1세대와 비슷한 듯 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다. 범퍼와 헤드라이트 디자인이 보다 입체적으로 변했고 MX는 세련미를, SX는 역동성에 초점을 맞춰 디테일을 강조했다. 자사 중형 세단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모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모습이다.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2가지 전면부 디자인으로 제작된 2세대 K5 외관.왼쪽이 모던 익스트림(MX), 오른쪽이 스포츠 익스트림(SX).(사진=기아차)
한결 고급스러워진 실내도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다. 기존보다 얇게 디자인된 크래쉬패드 상단과 이와 함께 수평 레이아웃으로 구현된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잘 정돈 된 느낌을 준다. 최근 현대·기아차 중형 세단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센터페이시아 및 계기판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공조장치 버튼의 폰트를 확대해 가시성을 높인 작은 배려들은 조작 용이성을 높인 부분이다. 또 우드그레인 패턴의 도어트림과 스타트 버튼에 적용된 알루미늄 재질, 곳곳의 인몰드 스티치 등은 고급감을 한층 높이는 요소다.
◇기아차 2세대 K5 내부(사진=정기종 기자)
실내를 둘러보다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휴대폰 무선충전 시스템이다. 별도 연결잭 없이 센터페시아 하단 트레이에 휴대폰을 올려놓으면 충전이 되는 점은 뒤엉킨 각종 선으로 야기되는 혼란을 방지할 수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 갤럭시 S6와 애플 아이폰6는 기본적으로 무선 충전이 가능하며 비교적 최신 기종이라면 이밖의 모델들도 별도 커버장착을 통해 충전할 수 있다.
◇기어봉 상단에 위치한 휴대폰 무선 충전기는 별도의 잭 연결없이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충전이 가능하다.(사진=정기종 기자)
외관 디자인만 놓고 보면 '풀체인지'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애매할 수도 있다. 진정한 신형 K5의 변화는 파워트레인에 있다. '두개의 얼굴, 다섯개의 심장'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누우 2.0 CVVL 가솔린 ▲누우 2.0 LPi ▲U2 1.7 디젤 ▲감마 1.6 GDi 가솔린 터보 ▲세타Ⅱ 2.0 가솔린 터보 등 총 5개 엔진 라인업을 갖춰 선택의 폭을 넓혔다.
왕복 120km 구간을 1.7 디젤과 2.0 가솔린 모델을 번갈아가며 주행해 봤다. 디젤 모델은 국산에 대한 선입견을 깰만한 정숙성을 구현했다. 그렇다고 힘이 부족하지도 않다.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4.7kg·m의 높은 동력성능은 국산 디젤차 수준이 상당히 올라왔음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2.0 가솔린 모델 역시 풀 악셀을 밟자 웅장한 배기음을 토해내며 고속도로를 치고 나갔다. 1.7 디젤 모델 대비 우월한 168마력의 최고출력과 20.5kg·m의 최대토크는 디젤 차량 특유의 경제성에 대한 미련을 잠시 접어두게 할 만한 요소다. 터보 모델을 선택하는 경우 두말할 나위 없어 보인다.
최근 수입 디젤 차량에 잇달아 불거진 ‘뻥 연비’ 논란도 K5에는 문제없어 보인다. 1.7디젤과 2.0 가솔린 모델의 공인 연비는 각각 12.6km/ℓ, 16.8km/ℓ 수준이다. 하지만 시승구간 주행을 통해 측정된 연비는 13.2km/ℓ와 22.0km/ℓ였다. 두 차량 모두 100km 미만을 주행했고 고속 구간이 잦았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뻥 연비'에 대하 논란은 없을듯 하다. 시승기간 측정된 실연비(가솔린 2.0 위, 디젤 1.7 아래)는 제원상 연비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사진=정기종 기자)
기아차의 상반기 내수시장 승용 부문 성적은 저조하다. 전년동기 대비 15.4% 감소한 11만1787대 수준이다. 특히 K5는 21.5% 급감한 2만103대에 그쳤고 다른 K 시리즈도 10%대의 하락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기아차는 신형 K5를 출시하며 연말까지 4만6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월 9000대 이상의 판매를 올려야 가능한 수치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22일부터 사전계약에 돌입한 신형 K5는 3주동안 8500대 이상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1세대 모델이 같은 기간 6000대 가량의 사전계약량을 보인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출시 당시 내비친 기아차의 자신감이 결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님이 드러난 셈이다. 과연 기아차의 2세대 K5가 묵직한 짐들을 떨쳐내고 1세대 이상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플체인지모델로 돌아온 2세대 K5가 또 한번 열품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사진=정기종 기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