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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렌드)위기의 한국차, 해답은 '유연성'
격차 벌리는 일본·맹추격 중국…내부에선 노사관계·규제강화 진통
입력 : 2015-08-24 오후 3:14:47
연간 수출 300만대, 세계 5위 규모 자동차 생산국.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다. 지난 1972년 한국 최초의 승용차 '포니'가 등장한지 40여년만에 달성한 성과다. 이 같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에서는 환율 여파와 경쟁국의 선전에, 국내에서는 수입차의 맹공에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한중일 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노사관계와 관련 정책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한 일본과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립적 노사관계를 개선하고 환경규제를 완화해 상승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산업은 중간 투입률이 높고 전후방 연쇄효과가 높은 대표적 산업이다. 전세계적으로 시장규모가 방대한데다 철강과 유리, 화학, 기계, 전자제품 등 수많은 관련 산업에서 생산된 2만여개의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전체 제조업이 창출해내는 인력 고용 측면에서도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한국은 자동차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로 꼽힌다. 고용만 놓고 봐도 업계 1위 현대차그룹이 올 상반기 국내 30대 그룹이 1년새 8000여명의 직원을 늘린 가운데 전체 증가분의 60% 이상인 5479명을 증가시켰다. 올해 신규 채용 규모 역시 역대 최대치인 9500명이다.
 
하지만 최근 엔저와 주요 수입국의 경기위축, 수입차 선전 등에 한국 자동차 수출과 내수판매는 감소하는 추세다. 일본은 물론, 후발 주자인 중국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산 승용차의 내수판매는 2010년 121만7764대에서 2011년 121만1284대, 2012년 117만5891대, 2013년 113만7027대로 꾸준히 감소해왔다. 지난해 120만대 선을 다시 돌파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3년 전으로 회귀한 수준에 불과하다.
 
수출 역시 지난 2012년 317만634대를 기록한 이후 이듬해 308만9283대, 지난해 306만3204대로 2년 연속 감소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발목을 잡은 환율 여파가 올해 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올해 수출도 낙관적이지는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에 반해 중국은 이미 지난 2009년 1379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하며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급부상한 뒤 정부 정책을 등에 업고 내수시장 몸집을 빠르게 불려왔다. 중국 내 전체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 2010년부터 5년간 연평균 9.3%씩 꾸준히 증가해 왔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으로 떠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던 기술력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어, 곧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탄탄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수출 분야 확대 역시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KPMG가 세계 자동차업계 CEO들을 대상으로 중국의 연간 200만대 수출 달성시기에 대해 묻는 설문에 42%가 3~5년, 34%가 1~2년 이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이 맹추격에 나선 가운데 한중일 3국 가운데 비교 우위에 있는 일본이 엔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며 한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 한국 자동차 산업의 대내적 경쟁력 위협요소로 대립적 노사관계와 자동차 온실가스 및 연비규제 강화를 꼽았다. 대립적 노사관계로 인해 경직된 노동시장을 가지고 있는 국내 산업이 낮은 생산성과 높은 임금 수준을 보이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정규직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노동조합의 인사 및 경영권 참여 문제 등으로 최근 수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진통을 겪어왔다.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 대립 탓에 지난 2013년 세계경제포럼에서 평가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노사 간 협력이 평가대상 148개국 가운데 132위로 최하위 수준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를 선진국 모델을 기반으로 한 유연한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 2007년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의 위기 당시 노사가 이중임금제 도입에 합의하며 고용과 비용절감을 동시에 잡은 것과 도요타 노조의 실질 GDP 성장에 연계한 임금인상 요구 기준 등 대표적인 예다. 국내차 노사 역시 협력을 통한 노동시장과 임금 제도 유연성 확보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해마다 임금협상과 관련한 노사 대립에 진통을 겪고있다. 사진은 지난 6월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상견례'를 진행 중인 모습(사진=뉴시스)
 
또 맹목적인 온실가스 및 연비 규제 강화보다는 구매 단계에서의 세제 혜택 및 보조금 지급과 같은 장려 정책으로 친환경 기술 강화를 유도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무조건적 규제 강화 보다는 세제 혜택 등과 같은 시장 기반 수단을 통한 정책이 시장의 왜곡을 방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행정예고를 통해 자동차 온실가스와 연비 기준을 현행 140g/km와 17km/리터에서 오는 2020년까지 97g/km와 24.3km/리터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자동차 제작사는 온실가스 또는 연비 중 하나의 기준을 선택, 정부 기준에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내야한다.
 
하지만 정부가 제한 97g/km의 온실가스 기준은 유럽을 제외하고도 기술력이 우위에 있거나 유사한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보다 엄격한 수준이라 국내 업체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해외시장에서 아직까지는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확보 중인 국내 업체가 동일한 연비기술을 적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폭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회상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연비 등 오염 유발 정도를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과세하거나 유류소비량에 따라 차등 과세하는 것 역시 시장 왜곡을 줄이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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