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각종 소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 들어 주택시장 호황으로 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하자보수 소송까지 늘었다. 지난 2013년 건설사의 하자담보책임이 강화되고 이를 악용한 기획소송도 더해져 소송 건수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19일 10대 건설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 사이 건설사들이 피소된 사례는 9.5% 늘었다. 2012년 말 총 735건에서 2013년 말 788건, 2014년 말 805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적으로 225개 건설사를 상대로 663건의 하자보수 이행 청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160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하자 소송에 따른 이행 청구 금액만 약 4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전체 소송 가액은 8.5% 감소했다. 2012년 말 2조647억5400만원에서 2013년 말 2조2558억200만원으로 증가했다가 2014년 말 1조8902억6900만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2013년 건설사의 하자담보책임이 강화되면서 대형 프로젝트 보다는 아파트 하자보수 등 소송 가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송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자보수 소송을 통해 얻은 손해배상금은 가구당 평균 50만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하자보수를 비롯한 각종 소송의 증가가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 실추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패소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점도 건설사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주택시장 활황에도 대형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동성 확보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특히, 건설사들의 이같은 우려를 악용한 기획소송도 증가하면서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소송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 내에 소송 관련 안내문을 부착하거나 변호사가 직접 아파트 입주자대표 등을 만나 홍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택법 제46조에 따르면 10년 이내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담보책임기간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입주자 등은 사업주체(분양자 및 시공사)에게 하자보수청구를 할 수 있으며, 요건이 충족되면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5~10년 미만 아파트와 신규 입주 아파트 단지가 기획소송의 타깃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지난 2013년 6월 하자담보 책임과 관련해 시공사의 책임을 강화한 '집합건물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더욱 활발해 졌다고 주장한다.
개정안 시행으로 하자보수 책임기간은 기둥과, 보, 바닥, 지붕 등 주요 구조부는 5년에서 10년으로 늘었고,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구조상 하자에 대해서도 최장 5년까지 시공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업계의 고민은 최근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3분기 주택경기전망 설문조사에서 주택건설경기 조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시급히 추진해야 할 부동산 대책 중 하나로 설문 대상 중 9%가 ‘공동주택 감리제도 및 하자담보책임제도 개선’을 꼽았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자 분쟁 관련 당사자 일방이 조정 절차의 이용을 원할 경우 그 상대방도 분쟁 조정에 응하도록 하는 등 쌍방 의무로 하는 법령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실제 판결 과정에서 법원과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하자 기준에 이견이 있는 만큼 법적 효력을 갖춘 하자 판정 기준이 제정돼 시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