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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돋보기)CB와 EB의 '미묘한' 차이
자본금 변동 유무의 차이…EB, 물량 부담 비교적 적어
입력 : 2015-10-28 오후 4:23:38
같은 수정란에서 나온 일란성 쌍둥이는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외모부터 행동까지 워낙 비슷하기 때문에 둘의 유전자도 완전히 동일할 것이란 선입견이 많은데요. 그런데 최근 들어 일란성 쌍둥이라도 각자를 구성하는 DNA가 100% 같지는 않다는 연구 결과가 종종 발표되고 있다고 합니다. 엄마 뱃속에서 일어나는 쌍둥이 각각의 움직임에 따라 변수가 생기고, 이것이 미미한 유전자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죠.
 
우리 주위에도 일란성 쌍둥이처럼 언뜻 보기엔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것들이 많습니다. 주식 관련 사채 중 전환사채(convertible bond)와 교환사채(exchangeable bond)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일단 이름부터 뭔가를 바꿔준다는 의미의 '전환 가능한'(convertible)과 '교환 가능한'(exchangeable)으로 비슷합니다.
 
둘 다 회사가 돈을 빌리려고 발행하는 일종의 빚 문서죠, 채권의 한 종류이고요. 투자자가 원할 때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는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만약 해당 채권을 발행한 기업 A사의 주가가 미리 정한 전환가격 또는 교환가격보다 높다면 주식으로 바꾸는 것이 유리한 겁니다. 이렇게 바꾼 주식을 높아진 주가에 따라 일반 투자자들에게 팔면 미리 정한 금액을 받는 것보다 많은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원래 전환사채와 교환사채의 차이는 ‘바꿔주는 주식이 어떤 회사 주식이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전환사채는 A사가 발행한 주식으로 바꿔주고, 교환사채는 A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 주식으로 바꿔준다는 설명이었는데요.
 
지난 2000년대 초반 교환사채를 다른 회사 주식뿐 아니라 자사주로도 바꿔주는 안이 허용되면서 이 같은 분류는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에게 당시 규정이 바뀐 이유를 물어봤는데요, 기업이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규제를 푸는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자사주를 활용할 만한 다양한 옵션(선택권)을 늘려준다는 의미인 셈이죠.
 
자사주로도 바꿔준다고 하면 두 채권을 구분할 기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환사채의 경우 자본금 변동이 수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전환사채는 투자자가 권리를 행사했을 때 주식을 새로 발행해서 바꿔줘야 하지만, 교환사채는 자사주를 미리 매입해 따로 넣어놨던 ‘금고’에서 빼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죠. 교환사채의 단기 물량 부담이 비교적 적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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