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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상장사 자사주 매입…주가부양 효과는 '글쎄'
"자사주 매입이 주가상승 담보하지 못해"…취득목적·방법·주가 등 고려해 투자해야
입력 : 2015-11-04 오후 4:50:48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에 이어 국내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자사주 매입의 주가 부양 효과가 크다는 인식에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은 시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이 무조건적인 주가 상승을 담보한다는 맹신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중장기 성장성이 훼손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액은 지난 8월 이후 3개월 연속으로 월 6000억원 규모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상반된 모습이다. 연간 매입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분석을 보면, 국내 유가증권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액은 지난 2010년 2조2000억원, 2011년 2조7000억원, 2012년 1조8000억원, 2013년 1조6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최근 점차 매입 규모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액은 4조3000억원이며, 삼성전자의 1차 자사주 매입까지 반영하면 8조5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된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자사주 매입액은 2010년 이후 4년간 규모보다 최소 2.4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해당 종목 주가를 부양하는 호재로 인식된다. 투자자들에게 ‘회사 주식을 직접 사들일 만큼 성장성에 대한 확신이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다른 투자자보다 정보력 우위에 있는 경영진이 ‘우리 회사가 저평가돼있다’는 신호를 준다는 측면에서 해당 종목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를 불러온다는 해석도 나온다. 수급적으로도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진행된다면, 해당 종목의 전체 유통 물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 결정은 단기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는 1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결정했고, 공시 시점을 전후로 주가는 10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지난 2일까지 3거래일 간 5.6%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결정이 주가 상승과 직결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말 자사주 취득 계획을 공시했지만, 당일 주가는 3% 넘게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호재성 공시보다 3분기 실적 부진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532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삼성화재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주가 부양 효과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화재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시기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보험 업종 대비 상대적 상승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3년간의 경험을 돌아볼 때 자사주 매입 기간 내 업종 대비 아웃퍼폼(수익률 상회) 정도는 크지 않았다”며 “과거와 달리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이 해당 기업 펀더멘털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자사주 매입 규모만큼 자기자본이 감소해 부채 비율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빚이 과도하게 많은 기업이라면, 오히려 도산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상장사는 ‘상법상 배당 가능한 이익’ 한도에서 자사주를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안전하게 배당을 받을 기회’가 축소된다는 부작용도 있다. 사업 확장이나 투자에 쓸 수 있는 돈을 단지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소모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장기 성장성에 긍정적인 소식은 아니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이익 소각으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는 매물 부담으로 바뀔 수 있다”며 “자사주 취득 기업에 대한 투자 판단 시 취득 목적과 방법, 현 주가 수준과 향후 실적 전망에 대해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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