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인도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의문을 다는 이는 많지 않다. 세계 2위 규모, 12억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기회의 땅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인도시장에서 높은 내구성과 품질로 각인된 한국산 제품은 그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 2004년 이후 인도 수입시장에서 중국제품이 요지부동의 1위를 차지하며 국내 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산제품의 현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중국의 Make in India, 인도시장에 중국 바람 거세진다' 보고서를 통해 중국기업의 진출이 거세지고 있는 인도 시장내 국내기업 입지 강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브랜드 및 품질 차별화는 물론 인도 정부의 현지생산 유도 정책과 개선된 현지 부품 조달 환경 등을 활용한 시장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최근 인도 시장내 철강과 전자, 비단, 신발, 완구, 도자기,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제품군을 자국 브랜드로 장악했다. 지난해 인도 공산품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7.9%에 달한다. 전체 234개 품목 가운데 13개 품목이 10억달러(약 1조1420억원) 이상의 수출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휴대폰과 컴퓨터(부품 포함) 분야에서만 128억3000만달러(약 14조6518억원)의 실적을 거두는 등 나날이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중국산 제품의 강세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물건에 손을 들어주는 인도시장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품질 측면에서 국산 제품의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중국산 제품이지만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 전 세계 제품들이 경쟁하는 오픈 마켓 형태의 인도시장의 특징과 잘 부합한다는 평가다.
이는 현재 구자르트주 나르마다에서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사르다르 발라바이 파텔' 전(前) 부수상 기념비 건립에서도 잘 드러난다. 해당 동상이 인도의 단합을 상징하는 만큼 순수 인도 재료로 건립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공자인 인도 민간업체는 동제품과 철근 구조물 등을 모두 중국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원가절감이 주된 요인이다.
또 좌대 설치를 위해 필요한 수 백명의 노동자들 역시 중국에서 파견될 예정이다. '메이크 인 인디아'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모디 총리가 주도한 대형동상 프로젝트에 이처럼 중국산 제품과 인력이 대거 투입된 것은 현지 시장에서 중국의 위세를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스마트폰 역시 중국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이다. 4G 도입으로 인한 교체수요가 증가하며 향후 수년간 두자릿수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지난 2013년부터 앞다퉈 진출 중이다. 자국 시장이 포화단계에 접어들며 올 1분기 첫 역신장을 기록하자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나선 것. 인도시장으로 진출한 중국산 스마트폰은 빠르게 현지에 스며들었다.
샤오미는 1만루피(약 17만4000원) 이하의 스마트폰으로 인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올 상반기 인도에서 점유율을 4%까지 끌어올린 샤오미 스마트폰은 현재까지 총 300만대 이상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까지 인도 내에 100개의 판매점을 개설,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레노버와 화웨이, 지오니 등의 중국 브랜드가 현지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면서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점유율 합계는 12%선까지 올라섰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의 저가 공산품은 인도 정부 입장에서도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자국업체 성장을 위해 중국산 제품의 시장 장악은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인도정부는 공식적으로 중국상품의 덤핑을 금지하는 방침을 강화 중이다. 덤핑 금지 강화 품목 역시 늘어나는 아울러 중국 업체들의 현지생산 투자를 유도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투자를 약속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인도정부의 현지생산 유도 전략이 한국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인도 정부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 대응해 인도 생산비중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모디 정권이 들어서면서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인센티브가 증가했음은 물론, 향후 인도 루피화 가치의 안정 관측 역시 현지진출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도에 현지생산 체제를 갖춘 기업들은 루피화 가치가 안정되면 수입부품 및 현지부품 조달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가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도시장에서 한국기업이 중국기업에 비해 진출 역사가 깊고 위기 시에 버텨냈던 경험은 커다란 경영자산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사업 확장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중국산 제품의 저가 수출 공세가 현지사업으로 전환되면 브랜드 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인도 정부의 반덤핑조치와 긴급수입제한 등으로 중국산 제품 수출이 주춤할 동안 단순히 반사이익을 누리는데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인도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두번째)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안내하고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