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책금융기관들이 해외수주에 대한 수익성 평가를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에 대해 건설업계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해외수주 물량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저가수주를 지양하는 것이 건설업계의 생존을 위한 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들은 국내 기업이 수주한 해외건설·플랜트 사업의 수익성 평가를 전담할 '사업평가팀'(가칭)을 정책금융지원센터 내에 신설하고, 수주사업의 심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돈이 되지 않는 수주에는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보통 해외 프로젝트 입찰 시 대규모 자금 조달방안과 함께 금융사의 보증이 필수적이이라는 점에서 정책금융기관들의 이번 조치가 건설업계에 미치는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치에 대부분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해외수주가 급감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유가하락으로 중동 지역의 수주가 급감해 해외 수주고를 채우기 어려운 마당에 금융기관들이 족쇄를 채우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초기에는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선점효과를 통해 향후 막대한 수주를 이끌어낼 수 있는데 이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건설업의 수주1번지로 불리는 중동지역도 초기 시장 선점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한 사례로 꼽힌다.
특히, 최근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연말 정식 출범할 경우 중앙아시아 지역의 대규모 인프라 수주시장이 열릴 텐데 이때 시장 선점에 나설 수 없어 해외수주 면에서 타격이 클 것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해외수주의 경우 프로젝트 기간이 긴 데다 환율, 인건비, 원재료 등 사업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많아 저가수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이를 판단할 인력풀도 부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정책금융기관의 사업수익성 심사 강화가 장기적으로는 국내 건설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를 야기한 데에는 저가수주의 영향도 큰 만큼 이를 근절해 건강한 수주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무조건 수주고만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의미다.
또 앞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꾸준히 해외수주 비중을 늘려가야 하는 만큼 이번 기회에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택 사업을 제외하면 규모가 큰 공공공사 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수주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일 정책금융기관이 해외수주에 대한 수익성 평가를 대폭 강화키로 결정한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중국 청도시에 GS건설이 완공한 방향족 생산 설비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