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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한현석 서울IR 대표 "금융선진국 되려면 CEO부터 IR 중요성 인식해야"
입력 : 2015-11-16 오후 2:59:19
자본시장에서 IR(기업 설명 활동·Investor Relations)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적극적인 IR 활동은 해당 기업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는 필수 수단으로 꼽힌다. 서울IR은 이 과정에서 시장(투자자)과 기업(상장사)을 연결해주는 IR컨설팅 전문 업체다. 지난 1997년 7월30일 설립돼 국내 최초로 IR업무를 시작했고, 현재까지 업계 내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전부터 상장 후까지 필요한 IR활동 전반을 돕고 있으며 18년간 업력을 통해 현재까지 유치한 고객사는 모두 750곳에 달한다. 고객사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 서울IR의 경영 목표다. 이를 위해 서울IR은 차별화된 시스템과 실력 있는 컨설턴트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IR 1세대’의 자부심으로 꽉 찬 한현석 서울IR 대표를 지난 11일 여의도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동안 서울IR의 컨설팅 실적을 찾아보니, 굵직굵직한 건이 많았다. 삼성생명 IPO도 그렇고 이름 있는 회사의 IPO 컨설팅은 대부분 서울IR을 거친 것 같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실적이 있는지.
 
삼성생명은 규모 면에서 가장 큰 딜(계약)이라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상장한 기업이 주로 떠오르는데 LG디스플레이나 금호타이어가 대표적이다. 골프존은 상장 당시 비슷한 업종이 없었던 업체라 의미가 있다. 상장 심사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시장에서 좋게 인식(포지셔닝)돼 성공적인 IR 성과로 남게 됐다.
 
IT부품업체 크루셜텍 IPO도 질적인 측면에서 보람이 컸던 기업 중 하나다. 상장 전 1년간 적극적으로 홍보했는데 그 성과가 빛났다. 공모가가 잘 책정됐고, 시장의 관심도 컸다. 사전에 홍보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신뢰도를 높였고, 신뢰도가 높은 상태에서 IPO를 진행했기 때문에 성과가 좋았던 것이다.
 
-성과가 좋았던 서울IR만의 비결이 있지 않을까. 서울IR 외에도 시장에 경쟁 IR컨설팅 업체가 많은데, 다른 IR컨설팅 업체와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면.
 
사실 지난 97년 IR컨설팅 사업 초창기에는 단순한 업무만 했다. IR자료 만들고, 투자자 미팅 을 주선하는 수준에 그쳤던 것이다. 그런데 컨설팅 업무를 계속 진행하면서 이제는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노력을 해왔다. 지금은 전략과 실행, 피드백(Feedback) 단계로까지 진행됐는데, 여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대표적으로, IR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수립하는 전략 단계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해당 기업이 받고 있는 시각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그 위에서 전략을 짜는 것이다. 사실 전략을 못 짜면 실행(Activity)이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고, 어떤 시각에서 판단되는지를 파악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절차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보통은 전략과 실행, 이 두 단계에서 그친다. 전에는 ‘평가’(피드백)라는 단계가 없었다. 우리는 이러한 피드백을 통해 IR 활동 후 투자자들의 변화된 시각을 평가하고, 전략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절차를 시행한다. 일정 기간 컨설팅을 하고 난 뒤 반드시 성과 측정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런 성과 측정 도구(툴·Tool)가 없어서 우리가 몇 년간 연구해 만들어냈다. 성과 측정을 양적 평가와 질적 평가로 나누어 실시하고, 그 평가를 토대로 IR 전략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양적 평가와 질적 평가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질적 평가의 경우 측정하기 모호한 부분도 있을 듯하다.
 
양적 평가는 IR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나 거래량이 얼마나 높아지고 늘었는지를 보는 것이다. 질적 평가는 그 기업을 보는 투자자나 기자들의 시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는 것인데, 이것이 양적 평가보다 중요하다. 물론 질적 평가를 정형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동안 미국 컨퍼런스를 다니며 여러 툴을 습득하고 적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IR활동이 중요하게 인식되지만, 국내 기업에서는 소홀히 여겨지는 것 같다. 다른 IR컨설팅 업계 분들도 국내 기업의 IR 인식 부족에 대해 많이 안타깝게 생각하더라. 유독 국내 기업에서만 인식이 저조한 이유가 있나.
 
특히 CEO들의 인식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그건 우리나라가 아직 금융선진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자체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일례로 금융시장이 발달된 미국은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는 제2금융권이나 은행 대출에 의존한다.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조달 기능이 크게 발달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미국이 9,10단계라면 우리나라는 3,4단계에 불과하다. 각 기업의 IR담당자가 IR 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도 그 회사 CEO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최근 들어 IR활동에 대한 인식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자본시장이 발달할수록 IR활동이 중요해진다는 뜻인 것 같다.
 
IR의 궁극적 목표는 기업이 적정한 주가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주가가 적정하게 평가되는 상태에서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앞으로도 IR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회사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다. 기업 문화는 어떤지,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은 좋은 편인지 궁금하다.
 
우리는 지식정보서비스 산업에 속한 기업이기 때문에 일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하는지가 중요하다. 창의적인 문화가 있어야 좋은 생각이 나오고 일의 효율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즐거워야 한다. 내일이 월요일이라도 가슴이 뛰면서 회사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하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5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행복팀’을 만들어 행복한 일터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지금 시행하는 아이디어가 12개 정도인데, 그 중 한 달에 한 번 3시에 퇴근하는 ‘조기 퇴근제’가 있다. 또 매달 2번째 주 월요일에는 ‘스윗 모닝’이라고 해서 전 직원이 모여 커피와 샌드위치를 나누는 시간을 보낸다. 3년, 5년 장기근속상도 주고 있다.
 
-서울IR이 원하는 인재상은?
 
스펙보다는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했는지를 많이 본다. 다양한 경험을 가져야 풍부한 시각을 가질 수 있고, 거기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나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고의 인재보다는 최적의 인재를 뽑고 있다. 끊임없이 학습하고 발상 전환이 가능한 사람을 좋아한다.
 
-IR컨설팅 업무를 진행할 때 특별한 원칙이 있나.
 
우리의 업무는 ‘시키는 대로만 하는’ 대행이 아니라, ‘주도적인’ 컨설팅이다. 대행이 심부름이라면, 컨설팅은 전략을 짜주고 회사를 리드하면서 피드백하는 전문화된 업무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컨설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포부는.
 
요즘 창업붐이 일고 있는데 거기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향후 5년 후에는 벤처와 창업 단계를 컨설팅하는 서울IR파트너스를 통해 대학 졸업생들의 창업을 도와주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창업을 도와준 기업이 성공하면, 또 다른 창업 기업을 도와주는 ‘창업 사관학교’를 만들어 성공 모델을 만들고 싶다.
 
한현석 서울IR 대표. 사진/서울IR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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