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연이어 터지는 대학 입시 비리로 아마추어 야구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불거진 대한야구협회 전임 집행부의 횡령 사건 수사도 8개월째 해결이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야구계와 현장 지도자들은 횡령 의혹 같은 중요사안이 풀리지 않은 채 끊임없이 부정적인 여론만 조성되고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쪽에서는 내년 선수 선발과 훈련 등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싸늘한 시선 속에 위축돼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대한야구협회 전임 집행부의 횡령 사건은 일부 임직원들의 개인계좌로 수천만원의 협회 자금이 이체되고 무차별적인 현금 무단 인출이 일어나는 등 약 1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 아마 야구와 무관한 곳에서 불합리하게 쓰였다는 의혹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4월 수서 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개혁'을 앞세운 현 야구협회 집행부는 이번 수사의 추이에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고교 야구 선수의 명문대 부정 입학 등 아마 야구계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앞서 불거진 횡령사건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야구계의 불만이 높아졌다.
아마 야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지난해 회계 감사에서 드러났던 대한야구협회의 갖가지 부끄러운 부정과 비리가 경찰 조사도 마치지 못하고 있다"며 "신임 회장이 부임하면서 개혁 작업을 하고 있지만 횡령배임 고발장이 접수된 지 8개월이 지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 모 고등학교 야구 감독은 "과거 한창 시끄러울 때 수사에 들어갔다고 들은 이후 다른 소리는 못 들었다. 만약 수사 결과 횡령 같은 일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말 엄청난 일인데 빨리 수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모든 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야구를 위해 쓰여야 할 돈이 엉뚱한 데 쓰였기 때문에 정말 안타깝고 씁쓸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입시 비리에 앞서 추스르고 가야 할 문제인데 해를 넘길 것 같아 답답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모 중학교 야구 감독은 "수사 중이라는 횡령 사건은 금액도 많은데다 민감한 건이다. 입시 비리 못지않게 한숨이 나오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경찰에서 수사 중이라는 횡령 사건의 결과는 나오지도 않고 입시 비리만 계속 터지고 있어 아마 야구계 현장은 위축된 게 사실이다. 하나하나 해결돼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지도자들끼리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한숨 쉬었다.
야구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해당 사건이 경찰 수사에 들어가자 야구협회 전 총무팀장이 잠적하는 등 비위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수서 경찰서 지능팀 복수의 관계자는 "언론 대응을 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로 말을 아꼈다. 수사 진행 과정과 앞으로의 수사 일정에 대한 물음에도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