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국내에서 가장 저평가된 차"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이 자사 준대형 세단 SM7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강조해 온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컴팩트 SUV QM3와 다운사이징 SM5 TCE 등 주요 라인업들이 재미를 보는 동안에도 준대형 세단 SM7는 부진에 시달렸다. 국산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 잡은 현대기아차는 물론 인기 수입모델들에 밀려 점점 설자리를 잃어왔다.
차량에 대한 자신감에 비해 미미한 플래그십 세단 판매량에 르노삼성은 승부수를 걸었다. 현대기아차가 독점하다시피 장악 중이던 LPG 준대형 세단 시장에 지난 8월 SM7 Nova LPe를 내놓은 것. 야심차게 출시한 만큼 준비한 카드들도 확실했다. 동급대비 확연히 저렴해진 가격에 LPG 차량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던 트렁크 공간을 대폭 늘렸다.
르노삼성 SM7 Nova LPe. 사진/르노삼성
파격적 가격정책과 독보적 기술을 접목한 트렁크 공간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출시 3개월만에 2000대 이상이 팔리더니 지난달에도 710대를 팔아치우며 3000대에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하며 해당 차급 신흥 강자로 급부상했다. 출시 시점이 8월인 점과 지난달까지의 SM7 연 누적판매기 6351대인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부분이다.
이처럼 자칫 르노삼성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할 뻔한 SM7을 재반등 시킨 SM7 Nova LPe가 그만한 매력을 갖췄는지 직접 시승해봤다.
볼륨감 넘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디자인 ★★★☆☆
외관에 큰 변화는 없다. 기존 SM7의 플래그십 세단다운 볼륨감 넘치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유지했다. 무게감 있으면서 적당히 균형감 있고, 그러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특유의 디자인 그대로다. 트렁크 부분에 있는 'LPe'마크를 보지않으면 가솔린 모델과 구분되지 않는 수준이다.
외관에 큰 변화는 없다. 볼륨감을 강조한 정면 모습도 기존 SM7의 익숙한 그 모습이다. 사진/정기종 기자
내부 역시 마찬가지다. 준대형급 세단에 걸맞게 충분한 실내공간을 갖췄다. 큰 차체가 출력 부분을 깎아먹으면서 다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 감은 있지만 2000만원 중반 가격대로 이 정도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는 데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SM7 Nova LPe 운전석. 사진/정기종 기자
기능적 측면을 제외하고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트렁크다. 트렁크를 열면 흉물스럽게 트렁크 공간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던 실린더 형 가스탱크는 언제나 LPG 차량의 골칫거리였다. 르노삼성은 LPG 차량 트렁크 공간 확보를 위해 LPG 액상 분사(LPLi)와 도넛 탱크 기술을 더해 가스탱크를 트렁크 하단부에 적용했다.
기존 하단 스페어 타이어가 들어가는 공간에 탑재된 도넛 탱크는 여타 LPG 차량에 비해 40%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골프백 3, 4개는 너끈히 들어가는 사이즈다. LPG 차량 주요 고객인 장애인들을 위한 휠체어 적재 공간을 충분히 마련한 셈이다.
SM7 Nova LPe는 가스탱크를 스페어 타이어 적재공간으로 내려 충분한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사진/정기종 기자
트렁크를 열어 내부를 살펴보니 보이지 않는 공간에 숨은 가스 탱크 덕에 일반 차량과의 차이가 없어 보이는 수준이었다. 특히, 트렁크 룸과 뒷좌석이 연결되는 스키스루 사양을 통해 일반 사용자들도 스키나 보드, 낚시 용품 등을 용이하게 적재할 수 있다.
르노삼성은 이 같은 특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 8월 SM7 LPe 기자간담회 당시, 행사장 외부 차량 전시공간에 실린더형 탱크를 적용한 경쟁사 차량을 함께 전시해 두기도 했다. 직접 비교를 통해 확연히 넓어진 공간을 느껴보라는 자신감이었다.
큰 불편 없지만 힘은 다소 부족
주행성능 ★★★☆☆
시동을 걸자 거부감 없는 엔진음과 함께 시동이 걸렸다. LPG 차량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털털거림이나 불쾌한 엔진음은 안정적으로 잡은 느낌이다. 하지만 역시 힘은 다소 부족하단 감상을 지울 수는 없었다. SM7 Nova LPe에는 2.0 CVTC II LPLi 엔진이 탑재됐다.
준대형급 차량에 중형급인 SM5와 같은 엔진을 장착했으니 다소 힘에 부쳐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기존 SM7 Nova가 2.5 가솔린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와 닿는다. 출발 시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 봤을 때 힘 있게 치고나가는 모습을 기대하긴 어렵다. 경사가 제법 급한 언덕길을 올라갈 때도 준대형 세단이 주는 묵직한 느낌은 덜한 편이다.
하지만 일상 도로 주행에서는 큰 불편함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다소 천천히 하지만 부드럽게 속도도 붙고, 그렇다고 일반 도로에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에이 역시 가스차는 연료비 싼거 말곤 볼 게 없네" 소리를 하기엔 갖춘게 많은 차란 이야기기다.
LPG 차량 특성상 압도적 주행성능을 기대할 순 없지만 일상 주행에 큰 무리 없는 수준의 안정감을 갖췄다. 사진/르노삼성
특히 SE25 트림에 기본으로 장착된 앞좌석 헤드레스트와 뒷좌석 열선시트, 동승석 파워시트, 전방 경보장치, 매직 핸들 등은 가스차지만 고급스러움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경제성이 특화된 LPG 차량에서 이 정도 내부 사양을 고집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대형 시장 효자노릇 '기대'
경제성 ★★★★☆
가격 측면에서는 조금 더 호감도가 상승한다. 기본적으로 경쟁차량 대비 300만~400만원 저렴한 2550만원의 가격에 준대형이지만 다운사이징 엔진으로 인한 제원상 1900cc대 배기량으로 취등록세와 자동차세 면제, 그리고 최대 551만원의 세제혜택도 가능하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파노라마 썬루프나 사각지대 경보시스템, 통풍·메모리시트, 하이패스 등을 넣어도 3000만원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출고 5년 이상이 지난 LPG 중고차를 일반인이 살수있도록 개정된 법안 역시 이 차량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SUV 강세가 나날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자동차 시장에서의 적자는 세단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고급 세단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못쓴 르노삼성이 더욱 위축된 한해였다.
SM7 Nova LPe는 그런 르노삼성의 준대형 세단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판매량도 판매량이지만 SM7 전체 라인업 고객의 이탈을 막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탁월한 경제성과 트렁크 공간을 내세운 SM7 Nova LPe의 장점은 뚜렷하다. 내년 합세하는 탈리스만으로 강화될 르노삼성 라인업에서 지금처럼 든든히 한 축을 담당할 경쟁력은 충분해 보인다.
사진/르노삼성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