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섬’ 제주의 인기가 끊일 줄 모른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다른 도시에서 제주도로 이동한 인구는 모두 1150명인데 이 가운데 919명이 생산가능인구인 15세 이상 64세 이하다. 서울에서 250명, 경기에서 334명이 새 삶을 찾아 제주로 터전을 옮겼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는 1만4378명, 대구에서는 1388명, 대전에서 1497명이 이탈했다. 서울의 경우 공공기관 이전과 수도권 신도시 개발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상당수 인구가 인천(1016명↑)과 경기(7136명↑)로 흡수됐거나,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을 따라 세종(3017명↑), 강원(1877명↑), 충북(1766명↑), 전남(325명↑) 등으로 흩어졌다. 반면 제주에서는 인구 유입을 촉진할 만한 마땅한 요인이 없었다. 그렇기에 ‘외딴 섬’ 제주의 선방은 더 눈부시다.
각종 지표도 제주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해준다. 상반기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제주는 전국에서 고용률(71.1%)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실업률은 2.1%로 전북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특히 제주에는 일자리(1만4000개)가 구직자(1만2000명)보다 많다. 인력부족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3.6%다. 구직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전국에서 취업하기 가장 좋은 도시인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해 제주 7대 비경 중 한 곳으로 선정한 '협재 해변에서의 저녁노을'. 사진/뉴시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매년 일구가 늘어나고 일자리도 풍족하지만 어느 지역보다 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하고 산업별 불균형이 심한 곳이 제주다.
경제활동부가조사와 고용노동부 워크넷 데이터베이스(DB)에 따르면 올해 4월을 기준으로 제주의 월 평균임금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245만5000원이었다. 월 근로시간(187.4시간)이 비슷한 서울(188.0시간)의 임금(370만8000원)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더욱이 비정규직 비중은 40.8%로 강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제주도의 전체 임금노동자 중 상용노동자는 11만2000명, 임시노동자는 6만6000명, 일용노동자는 2만9000명이었다.
특정 산업에 부가가치가 편중된 경제구조도 노동여건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농림어업과 공공행정, 도소매, 부동산임대, 건설업, 교육 분야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도내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 전체 임금노동자의 3분의 1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종사자다. 하지만 이들 직종 중 대부분은 제주도 안에서도 가장 임금이 낮은 직종에 속한다. 여기에 현재 인력을 구하는 일자리의 상당수도 음식·숙박업을 비롯한 저임금·비상시 업종이다.
도내 임금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한 데에는 사업주들의 인식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워크넷 DB에 따르면 인력을 구하는 1만4467개 일자리 중 48.0%는 희망임금이 150만원 미만이었다. 이 가운데 364개 일자리는 구인 희망임금이 120만원도 안 됐다.
결과적으로 귀농 등 특정한 목적이 있거나 ‘먹고 살’ 거리가 준비돼 있다면 몰라도, 새 일을 찾기 위해 무턱대고 제주도로 건너갔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