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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30년 변천사…"한국경제와 현대차의 산 역사"
1986년 출시, 총 6세대 모델 출시…국내 누적 145만대 판매
입력 : 2016-03-04 오전 6:00:00
올해로 만 서른살이 된 그랜저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있어 단순히 현대차(005380)라는 제조사가 내놓은 준대형 세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30여년의 세월동안 현대차의 역사인 동시에 한국경제 성장을 보여주는 산증인으로서 장수모델의 입지를 다져왔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1986년 1세대 모델을 출시 후 뉴 그랜저와 그랜저 XG, 그랜저 TG, 그랜저 HG 등 총 4번의 모델변경을 거치는 동안 초기 부를 상징하는 원조 '사장님차'에서 중산층을 대표하는 준대형 세단으로 그 위상도 유연하게 넘나들었다.
 
◇그랜저의 탄생…'웅장하고 위대하게'
 
1세대 그랜저는 'L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일본 미쓰비시사와 공동 개발한 모델로이다. '웅장·위엄·위대함'의 뜻을 담아 '그랜저'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다.
 
지난 1986년 7월 첫 선을 보인뒤 본격적인 국내 대형차 시장의 포문을 연 1세대 그랜저는 직선이 강조된 강인한 이미지의 디자인에 2000cc부터 3000cc급 까지의 모델 구성으로 국내 대형 승용차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당시 첨단 기술이었던 전자 제어 연료 분사 방식의 MPI엔진을 장착하는 등 최고급 모델 시장을 정조준한 1세대 그랜저는 국내 대형 승용차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총 9만2571대가 판매됐다.
 
1987년 첫 선을 보인 1세대 그랜저는 직선이 강조된 강인한 디자인으로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사진/현대차
 
◇뉴 그랜저, 곡선미 살린 유럽풍 디자인 적용
 
1992년 9월 출시된 2세대 '뉴 그랜저'는 기존 각진 디자인에서 곡선미를 살린 유럽풍의 다이내믹 스타일에 중후한 이미지를 조화시켜 외관의 변화를 줬다. 뿐만 아니라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을 가미, 당시 국내 시판 차종 중 가장 큰 차체와 실내공간을 갖추는 등 상품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에어백과 능동형 안전장치(TCS), ECM 룸미러, 차체제어시스템(ECS), 4륜 독립현가장치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첨단 안전장치와 편의사양을 선보이며 차별화 된 경쟁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고급감과 상품성을 개선한 뉴 그랜저는 2000cc를 비롯해 2400cc, 3000cc, 3500cc급 등 기존모델 대비 다양한 라인업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 총 16만4205대가 판매됐다.
 
2세대 '뉴 그랜저'는 기존 각진 디자인에서 곡선미를 살린 디자인을 적용했다. 사진/현대차
 
◇그랜저 XG, 하드탑 스타일로 세련미 'UP'
 
3세대 모델인 '그랜저 XG'는 새로 개발된 196마력의 시그마 3.0 V6 DOHC 엔진을 장착해 동력 성능을 강화했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수동 겸용 5단 H-Matic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한 차원 높은 드라이빙 성능을 제공하는 등 국내 대형차 성능 향상을 주도했다.
 
하드탑 스타일로 세련미를 추구한 그랜저 XG는 2000cc와 2500cc, 3000cc급 모델로 운영됐다. 특히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비록 현대차가 최근에는 단순히 국내 출시 차량을 해외에 확대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해외시장 맞춤형 전략 차종을 출시할 정도로 입지를 넓힌 상태지만 당시 해외 시장에서의 인지도는 결코 높은 편이 아니었다. 
 
때문에 그랜저 XG는 이같은 현대차의 대외 이미지 개선에 큰 기여를 한 모델인 셈이다. 1998년 출시된 그랜저 XG는 모델 변경을 거치지 전까지 총 31만1485대를 판매했다.
 
3세대 그랜저 XG는 국내 최초로 수동 겸용 5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사진/현대차
 
◇그랜저 TG, 역대 가장 성공한 세대 모델 
 
2000년대 들어 첫 출시된 4세대 '그랜저 TG'는 역대 가장 성공한 세대의 모델로 꼽힌다. '견고한 안락함'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독자 기술로 개발된 고성능 람다·뮤 엔진을 비롯해 고급 소재를 적용한 내·외장 스타일, 첨단 안전·편의사양 등 당시 국내 세단 가운데 최고 수준의 제품 경쟁력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그랜저 TG는 현대·기아차가 독자 개발한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으며, 이를 통해 엔진 성능은 물론 출력과 연비까지 획기적으로 향상하는 기술적 진보를 이루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버튼시동장치와 블루투스 핸즈프리 에코 드라이빙 시스템 등 각종 신규 사양과 첨단 기술 등을 새롭게 적용해 고품격 프리미엄 세단을 표방한 방향성에 걸맞은 상품성을 갖췄다.
 
가장 낮은 배기량 모델을 2400cc로 업사이징한 그랜저 TG는 2700cc와 3300cc급 모델까지 라인업을 확장해 출시부터 2010년까지 국내 시장에서 총 40만5545대를 판매했다.
 
역대 가장 성공한 모델로 꼽히는 4세대 그랜저 TG는 국내에서 총 40만5545대가 판매됐다. 사진/현대차
 
◇그랜저 HG, 총 개발비 4500억원…수입차 공세 속 국산차 자존심
 
현대차가 그랜저의 5세대 모델을 출시한 2011년 당시 국내 자동차 시장은 수입차들이 본격적으로 급성장을 이룬 시기다. 비록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 우위를 점하긴 했지만 독일산 고급 세단을 앞세운 수입 브랜드 공세에 상품 경쟁력을 자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3년6개월여 동안 총 4500억원의 개발비를 쏟아부어 신형 그랜저 HG를 완성했다. '웅장한 활공'을 의미하는 '그랜드 글라이드'를 콘셉트로 디자인 된 그랜저HG는 역동적인 캐릭터 라인과 풍부한 볼륨감의 조화, 고급스러우면서도 당당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그랜저 HG의 첫 공개 당시 확연히 젊어진 디자인에 한동안 중장년층만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지적을 잠재우기도 했다. 전 모델에 6단 자동변속기를 기본 장착한 신형 그랜저는 최고 출력 270마력의 람다 II 3.0 GDI 엔진과 최고 출력 201마력의 세타Ⅱ 2.4 GDI 엔진을 적용했다.
 
또 차체 자세 제어 장치(VDC)를 비롯해 ▲샤시 통합 제어 시스템(VSM)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 ▲급제동 경보 시스템(ESS) ▲9개의 에어백 시스템 등 첨단 안전 시스템을 기본 적용해 고급 세단에 어울리는 안전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최첨단 주행 편의 시스템인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을 적용한 모델이기도 하다. 최근 현대·기아차 대부분의 모델에 적용된 시스템을 그랜저에 최초로 적용한 점은 현대차가 그랜저에 두는 의미를 엿볼수 있는 부분이다.
 
이밖에도 전자 파킹 브레이크(EPB),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 등 당시 함께 출시된 동급 수입차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한층 진보된 첨단 편의사양을 갖추기도 했다.
 
특히 운전석·동승석 전동 시트, 듀얼 풀오토 에어컨, 전·후석 열선시트, 전·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등의 편의사양과 나파 가죽 시트, 스웨이드 내장재, 웰컴 시스템, 후석 다기능 암레스트 등의 고급 사양들은 화려한 수입 세단들 가운데 국산 고급세단의 자존심을 지켰다.
 
 
5세대 모델인 그랜저 HG는 총 3년 6개월의 개발기간 동안 4500억원을 투자해 완성됐다. 사진/현대차
 
최근의 그랜저를 최고급 세단의 영역에 두기는 쉽지 않다. 출시 당시 라인업 최상위에 위치하며 국산 고급 세단의 효시 격 모델로 자리 잡았지만 현대차의 지속적 브랜드 고급화 노력에 같은 현대차 브랜드 내에서도 상위 모델로 아슬란이 존재하고, 기존 제네시스(DH)와 에쿠스는 고급 브랜드 모델로 분리됐다.
 
3일 현대차가 그랜저 탄생 30주년을 맞아 추가 트림은 출시한 컬렉션 모델은 현재 그랜저의 위치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그랜저 컬렉션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존 3.0 가솔린, 2.2 디젤 모델에 고객들이 선호하는 편의 사양을 중심으로 한 신규 트림을 구성했다. 더 이상 최고급 차량으로서 한정된 고객 수용만을 공략하는 것이 아닌 보다 대중적인 차량으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그랜저의 판매량은 이같은 대중화 노력 결실이 잘 드러난 요소다. 그랜저는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총 8만7182대가 판매됐다. 세단 부문에서 ‘국민차’로 불릴 정도로 높은 대중성을 자랑하는 준중형 아반떼와 쏘나타 연간 판매가 10만대를 갓 넘긴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는 1986년 출시 이후 그랜저는 약 30년 동안 국내서 누적 판매 145만대를 달성하는 등 고객들께 큰 사랑을 받아왔고 이에 보답하기 위해고객 선호 사양을 갖춘 컬렉션 트림을 출시한 것"이라며 "가격적과 성능 모두 상향 평준화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그랜저 특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보다 대중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오는 4월 그랜저 한정 모델 출시 등 다양한 30주년 기념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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