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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달영의 스포츠란)야구장의 '맥주맨', 맥주통 내려놓을 수도
야구경기장 ‘치맥’ 문화 더욱 활성화 되려면 제도적 개선 필요
입력 : 2016-04-04 오전 6:00:00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됐다. 올해엔 어느 팀이 우승할지, 어느 선수가 어떤 기록을 세울지 벌써 궁금해진다. 일부 스타선수들이 미국 프로야구(MLB)에 진출해 혹시 MLB에 대한 관심 증가가 국내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기우일 것이다. 각 구단들이 한층 발전된 팬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작년보다 더 많은 프로야구 팬들이 야구장을 찾을 것으로 본다. 
 
야구장에 오는 팬들은 재밌는 경기와 함께 치어리더들이 리드하는 응원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경기와 응원이 눈을 즐겁게 한다. 눈뿐 아니라 입도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야구장에서 하얀 거품이 담긴 컵 안의 맥주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서 들이키면 맥주의 알싸한 맛이 더 진한 것 같다. 맥주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바로 '치킨'이다. 프로야구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시고 '치킨'을 먹는 것, '치맥'이 이젠 프로야구 관람문화 트렌드의 하나가 됐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자신이 좋아하는 맥주를 야구장에 갖고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SAFE 캠페인'을 통해 선수와 관람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주류 및 캔·병·1L 초과 PET(1L 이하 미개봉 비 알코올성 PET 음료에 한해 1인당 1개 허용) 음료의 경기장 내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경기장 내 매점에서도 경기장 내 반입이 제한되는 캔·병·1L 초과 PET 제품은 종이컵에 담아서 판매하거나 1L 이하 PET 형태로 판매하고 있고, 과음을 방지하기 위해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주류의 양이 1인당 4잔으로 제한된다.
 
야구장에서 맥주를 즐기는 관중들. 사진/뉴시스
 
야구장 '맥주맨'에 의한 맥주 판매가 법위반 아니냐는 논란 있어
 
그래서 야구장의 관람객은 맥주가 그리워지면 매점으로 가 맥주캔을 사서 매점 직원이 맥주를 따라준 컵을 들고 좌석에 와 맥주를 마시거나 '맥주통'을 메고 관중석을 오가며 맥주를 파는 일명 '맥주맨'을 불러 맥주를 사 마시고 있다. 맥주맨은 맥주통에 담긴 맥주(진짜 생맥주인지는 모르겠다)를 컵에 호스를 대고 따라주는데, 호스에서 쫙 나오는 맥주가 하얀 거품을 일으키면서 컵을 채우는 것을 보면 입맛을 더 당기게 한다. 
 
그런데 야구장에서 맥주맨을 보면서, 맨주맨이 맥주를 파는 모습을 보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의문이 하나 있다. 맥주맨은 청소년으로 의심되는 젊은 남녀 관람객에게 맥주를 팔 때 '민증'을 확인할까? 맥주맨이 맥주를 팔 때 구매자인 젊은 남녀 관람객의 나이를 확인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은 '주세법'에 따른 주류소매업의 영업자 또는 식품판매업자는 주류를 청소년(만 19세미만)을 대상으로 판매하거나 청소년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시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야구장에 청소년들도 적지 않게 오는데, 야구장 환경과 청소년이 모자를 눌러쓰면 외모로 청소년인지 쉽게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 비춰 청소년에게 맥주를 판매할 위험성도 있지 않을까 싶다. 직업병이랄까 괜한 우려이기도 하다. 
 
그러나 '치맥'이라는 프로야구 관람 문화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우려가 있다. 프로야구 관계자로부터 들은 얘기다. 맥주맨이 맥주통을 메고 관중석을 오가며 맥주를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세법'에 따르면 '식품위생법'에 따른 영업허가를 받은 장소에서 주류 판매업을 하는 자나 주류 판매를 주된 업종으로 하지 아니하는 자로서 주류소매업을 하는 자 등이 관할 세무서장에게 주류 판매에 관한 신고를 하면 주류 판매 면허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맥주맨이 관중석에서 맥주를 판매하는 것은 영업허가를 받은 장소나 주류 판매 신고 판매장인 매점에서 벗어나 판매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다. 만약 영업허가를 받은 장소나 신고 판매장을 벗어난 것으로 법적 해석된다면 영업허가나 신고사항을 어긴 것이 된다. 
 
800만 관중을 목표로 지난 1일 개막한 프로야구 개막전 모습. 사진/뉴시스
 
맥주맨뿐 아니라 소주맨, 와인맨, 막걸리맨 등도 야구장에서 볼 수 있기를
 
들리는 얘기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당국에서 맥주맨을 통한 맥주 판매 등 야구장 등 경기장에서의 주류 판매에 대한 현장점검 및 지도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만약 관계당국의 유권적 해석에 의해 맥주맨에 의한 맥주 판매가 영업허가를 받은 장소나 신고 판매장을 벗어난 것으로 보게 된다면 맥주맨은 맥주통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련 법령의 개정으로 맥주맨이 맥주통을 멜 수 있도록 하지 않는 한 당분간 야구장에서 맥주를 사 마시려면 관중석에서 일어나 매점으로 가야 할 것이다. 여러모로 불편한 점들이 있을 것이다. 
 
스포츠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해소해야 할 문제다. 프로스포츠 구단의 마케팅 차원에서도 그렇고 스포츠문화 측면인 야구장 '치맥' 보존 차원에서도 맥주맨을 잠시라도 야구장에서 사라지게 할 순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당국에서도 규제적 측면에서 법해석에 치우쳐 맥주맨을 바라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현행의 관련 법령에 의해 맥주맨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만약 없더라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고시' 등의 규칙으로 맥주맨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행 법령에 의해서라도 맥주맨이 위법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희망사항을 더하면 야구장 등 경기장에서 맥주맨뿐 아니라 소주맨, 와인맥, 막걸리맨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맥주뿐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다양한 주류를 관중석에서 프로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면서 마실 수 있는 관람 환경이 조성된다면 어떨까 싶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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