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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구하기 쉽고"…중국산 건자재가 밀려온다
1~2월 중국산 철근 수입량 58.2% 증가
입력 : 2016-04-06 오후 3:50:06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중국산 건설자재가 국내 건설현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중국산 자재를 수입하는 수입상이 늘면서 손 쉽게 구할 수 있고 국산 자재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서다.
 
주로 공사규모가 작은 오피스텔이나 빌라, 공장 등 현장에서 사용이 늘고 있는데 일반인들이 원산지를 쉽게 알 방법이 없어 일부 저가 자재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6일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1373만4000톤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철강수입량은 3.0%, 일본산 수입량은 9.7% 감소했다.
 
이중 주로 건설자재로 사용되는 철근은 99만톤, H형강은 118만8000톤이 중국에서 수입됐다. 지난해 전체 수입량의 각각 88.2%, 91.5% 수준이다. 일부 일본산 철강재를 제외하면 수입산 철강재 대부분은 중국산인 셈이다.
 
중국산 수입 증가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1월의 경우 중국산 철근과 H형강 수입량은 지난해 1월과 비교해 각각 53.3%, 38.1% 증가했다. 2월 들어서도 각각 62.2%, 5.3% 증가했다.
 
중국산 철근의 경우 가격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톤당 401달러였던 중국산 철근은 올 2월 톤당 270달러로 32.7% 하락했다.
 
수입 물량이 증가하는 데다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비용절감에 나선 소규모 공사현장에서 중국산 자재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산 철근의 경우 국산 철근과 비교해 톤당 5~7만원 가량 저렴하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해 분양한 공사 물량이 3월부터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면서 자재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중국산 철강재 수입상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건설업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대부분 건설자재를 직접 납품받는 업체를 두고 있어 아직까지는 국산 자재 사용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도급단계가 내려갈수록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산 자재를 찾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액 중 원재료 비중이 40~50%에 달하는 건설업 특성 상 원재료 가격이 하락할 경우 회사의 수익성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여기에 최근 철근을 생산하는 국내 제강사와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의 2분기 철근 기준가격 협상이 장기화 되면서 이틈을 타 중국산 철근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50여개 철근가공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은 지난달 22일 회원사 긴급회의를 통해 가공비 인상 불가시 가동 중단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일부 사업장에는 철근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에 철근 재고가 남아있고 일부에서는 임시방편으로 중국산 철근을 들여와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현장에 큰 무리는 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에서는 일부 저가 중국산 철강재의 경우 인장강도나 중량 등 표준규격에 맞이 않아 해당 건축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일부는 원산지를 국산으로 위조해 판매하는 제품도 있는 만큼 철근 등 건설자재의 원산지를 공개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사당종합체육관 붕괴 사고 등 불량 중국산 철강재 사용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늘고 있다"며 "건축물 안전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인증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철강재와 함께 주요 건설자재로 꼽히는 시멘트도 중국산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제주도 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긴급총회를 개최하고 중국산 시멘트 수입 방안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제주지역에 공급되는 시멘트 물량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국내 시멘트 업체가 공급단가를 인상하면서 더 저렴한 시멘트를 찾아 중국산 수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의 경우 국산에 비해 10% 가량 가격이 저렴한 데다 한·중 FTA 체결로 인해 관세 인하효과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통관절차와 운송 비용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대규모 수입은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판단이다.

주로 공사규모가 작은 오피스텔이나 빌라, 공장 현장에서 국산에 비해 저렴한 중국산 철강재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 주택 공사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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