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홍연 기자]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작으로 1분기 실적 시즌의 막이 올랐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 중인 가운데, 1분기 어닝시즌 전반은 높아진 기대치와 부합하는 양호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정유·화학, 에너지가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긍정적 실적 달성이 예상된다. 반면 IT, 자동차 업종의 경우 우울한 어닝시즌이 예고되고 있다.
7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코스피 상장사 223곳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2조33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 컨센서스(31조4689억원) 대비 2.76% 상향 조정된 수치로, 1분기 어닝시즌이 비교적 양호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임을 암시한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분기 마감을 앞두고 1분기 실적 전망치의 상향 조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1분기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가이던스가 제시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최근 이익 컨센서스의 상향 조정 흐름은 전망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이후 3년간 분석된 어닝시즌 전 이익 전망치와 비교해도 올해는 상대적으로 우호적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평가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년부터 분기별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반적인 하향세를 보인 것과 달리 올해 1분기 이익 전망치 우상향 흐름은 뚜렷한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전망치 개선에 힘입어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10% 초반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양호한 어닝시즌이 예상되지만, 업종별 희비는 극명히 갈릴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1분기 영업이익 개선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정유·화학, 에너지 업종이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화학업종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92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이들 업종의 1분기 실적 호조를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경기 부진 논란에도 정유화학업체의 전반적인 1분기 영업이익은 좋을 것”이라며 “주요 원료인 납사의 가격이 저유가 때문에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IT업종은 가전과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전 부문(반도체, 디스플레이, 하드웨어)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15% 감소한 6조2969억원, 하드웨어는 14.63% 줄어든 1418억원이다. 디스플레이 부문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해 1230억원의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IT업종 부품업체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하거나 시장 추정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반도체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이 실적 부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업종의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1% 감소한 3조3624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완성차 판매 대수와 중국 매출 부진 탓에 부품사 실적도 좋지 않을 것”이라며 "재고 소진을 위한 가동률 하락의 영향까지 반영돼 자동차 업체의 1분기 실적은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익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 중인 업종에 주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김광현 연구원은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 중인 업종의 경우 모멘텀 지표의 신뢰도 또한 높게 평가할 수 있다”며 “이들 중 이익 사이클이 긍정적인 섹터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혜진·홍연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