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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제 시행? 하청업체 부도·잠적에 건설근로자 임금체불 여전
원청업체 보증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사라져
입력 : 2016-06-06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하도급 직불제 시행 이후에도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임금체불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할 하청업체가 재정 및 관리 능력 부족으로 파산하거나 대금을 갖고 잠적할 경우 체불된 임금을 받을 길이 없어 오히려 임금체불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6일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부터 17개 광역자치단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20개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 하도급 직불제가 적용된 이후 계속해서 하청업체의 임금체불 사고가 접수되고 있다. 대부분 하청업체의 도산이나 횡령 등으로 임금이 체불된 경우다.
 
지난달 부산 소재의 A건설사 대표는 부산시가 발주한 공사에 참여한 뒤 부산시로부터 공사대금을 받고 잠적했다. 이로 인해 공사에 참여한 근로자 30여명과 장비업체 등이 임금과 장비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건설근로자의 임금체불 신고 접수 건수는 직불제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며 "임금체불은 하청업체에서 근로자 사이에 많이 발생하고 있어 직불제로 인한 개선효과가 적다"고 설명했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발생한 대금체불 1541건(261억3300만원) 중 원-하도급자 사이에서 발생한 사례는 345건(35억649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하도급자가 2차 협력업체 등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건수는 전체의 78%인 1196건(226억6260만원)을 차지했다.
 
하지만 직불제의 경우 원도급자와 하도급자의 임금체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임금체불 해소효과가 적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직불제 시행 전에는 하도급자가 파산하거나 잠적할 경우 원청업체의 보증의무로 인해 원청업체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지만 직불제 시행으로 이같은 안전장치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현장근로자들로서는 체불 임금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 셈이다.
 
중견사 건설현장의 한 근로자는 "알음알음 소개로 오는 경우 회사와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인력 수급을 맡은 십장들과 계약을 맺기도 하는데 이 경우 임금이 납품대금으로 취급돼 지급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임금체불 개선을 위해서는 직불제 보다 '임금지급 보증제'를 실시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임금지급 보증제'는 근로자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는 원·하도급 업체가 건설공제조합 등 보증기관으로부터 근로자 임금지급에 대한 보증서를 발급받도록 하는 제도다. 임금이 체불될 경우 보증기관이 근로자에게 우선 임금을 지급하고 이후 해당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형식이다. 임금지급 보증제의 경우 장기간 데이터를 축적해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업체들을 솎아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임금지급 보증제는 지난 2011년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등이 도입을 결정했지만 관련 내용이 포함된 '건설근로자 고용개선법'이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올해부터 공공발주 공사에 하도급 직불제가 도입됐지만 건설 현장 근로자의 임금체불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건설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조적(벽돌쌓기)분야 경기를 치르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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