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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과학도 '교양'이다
'김상욱의 과학공부' 김상욱 지음|동아시아 펴냄
입력 : 2016-07-19 오전 8:34:32
"물리학자들을 괴롭히는 질문 하나.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나요?"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동방신기.""
 
이 썰렁한 아재개그를 던진 양자물리학자 김상욱 부산대 교수가 새 책 '김상욱의 과학공부'를 출간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재개그는 많이 담기지 않았다.
 
'과학공부'라는 제목이 붙은 이번 책은 과학에 대한 공부가 아닌 과학으로 하는 공부가 무엇인지 이야기 하고 있다. 머리 아픈 공식이나 법칙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고 과학이라는 시스템, 과학적 사고방식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풀어냈다.
 
그는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빅뱅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 충전에 필요한 전기는 석탄으로 만들어지고, 석탄은 식물에서, 식물의 생존법인 광합성은 태양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지는데 이 태양에너지의 근원인 수소를 만들어낸 것이 우주의 빅뱅이라는 설명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논란이나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인류의 미래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과학적 시선으로 비판과 대안을 던진다. 원전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학 자체가 완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과학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또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는 인공지능 자체가 아니라 거기서 얻은 이익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할까 걱정하기보다 인공지능을 소유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까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 책을 통해 '철학하는 과학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통해 한국 사회가 겪었던 메르스 사태를 비판하고,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법 앞에서' 인용하며 우리의 사고를 방해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지적한다. 이 밖에도 '레 미제라블'과 칸딘스키의 작품, 영화 '터미네이터'와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등을 통해 어려운 물리학과 과학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대중성 : 과학도 문학이나 철학처럼 보편적 교양이 되길 바란다는 저자의 의도가 충실히 반영돼 과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전문성 : 과학을 다루지만 인문서의 깊이도 갖추고 있다. 철학과 문학을 아우르는 저자의 사고의 폭을 엿볼 수 있다.
 
▶참신성 : 자칫 진지해지고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을 적절한 농담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물리는 섹스와 같다. 물론, 그것은 실용적인 결과물을 준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가 그걸 하는 건 아니다." 같은 식이다.
 
 
■요약

1. 과학으로 낯설게 하기
 
세상을 낯설게 보고 다르게 보는 방법을 훈련함으로써 과학적 사고방식을 시작할 수 있다. 시간이 가지는 상대성, 과학에서 잉여의 중요성, 우주의 시작인 빅뱅 등에 대한 설명으로 과학적 사고를 워밍업 한다. 
 
2. 대한민국 방정식
 
한국 사회를 자유롭지 못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신화와 공포를 과학자의 시선으로 파헤친다.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와 도를 넘어선 영어교육에 대한 비판부터 원전의 안전성 문제, 학계의 논문 조작, 메르스 사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비판적 시각을 제시한다. 
 
3. 나는 과학자다
 
진짜 과학자라면 과학이 학문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대중과 소통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벨상에 집착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도 제시한다. 비과학적 논리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과학자 스스로가 자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4. 물리의 인문학
 
소설과 그림 등 다양한 인문학적 소재를 통해 물리학의 특징을 설명했다. 인공지능 시대를 현명하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인간의 중요한 가치인 상상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통해 양자역학의 개념을 엿보고 '레 미제라블'을 통해 엔트로피의 미학적 개념을 설명한다. 
 
■책 속 밑줄 긋기
 
이처럼 스마트폰의 에너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전자기학, 고생물학, 생화학, 핵물리, 우주론이 필요하다. 
과학을 공부하고도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전체를 보려는 노력을 안했기 때문이다.
 
■별점 ★★★★

■연관 책 추천
 
'세상물정의 물리학' 김범준 지음|동아시아 펴냄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방송진행:정미옥 앵커, 출연:원수경 기자)
 
 
 
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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