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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물' 고춧가루 잘못 보관한 수사기관 1억6천만원 배상해야"
법원 "부패 쉬운 압수물, 무죄 대비해 조치했어야"
입력 : 2016-07-29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고춧가루를 범죄증거로 압수한 수사기관이 보관을 잘못해 폐기처분됐다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유통기한이 있거나 부패하기 쉬운 압수물은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재판장 윤강열)는 농산물 제조·판매업체 D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6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유통기한 등으로 단기간 내 부패되거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식품 등을 압수한 경우 추후 형사재판에서 무죄 등이 선고돼 돌려줘야할 때를 대비해 압수물 매각한 다음 그 대가를 보관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감정 등에 필요한 양을 제외한 나머지 고춧가루를 적절한 시점에 매각해 대가를 보관함으로써 고춧가루의 경제적 가치가 부당하게 감소하지 않도록 보관해야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이런 주의의무를 다지 않은 국가는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D사는 중국산 고춧가루와 국내산 고춧가루를 섞어 제조한 고춧가루 원산지를 국내산 100%’로 허위 표시한 혐의로 20118월부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검찰의 수사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D사는 20133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D사 대표 A씨는 징역 10월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2심도 같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와 D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파기환송 판결했고 무죄가 확정됐다.
 
수사 과정에서 품질관리원은 D사 소유의 고춧가루 12000kg을 압수한 상태였다. 품질관리원은 이 고춧가루를 농협에 위탁해 냉동창고에 보관하다가 무죄가 확정된 뒤인 20148월 돌려줬다. 하지만 유통기한 1년이 이미 지나 전량 폐기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D사는 매출 감소분인 12900여만원과 압수된 고춧가루의 시가 16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A씨는 수사기관이 부당한 수사를 하고 품질관리원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5000만원을 따로 배상하라는 소송도 제기했다.
 
한편, 재판부는 "압수된 고춧가루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활동 자체가 위법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수사기관의 과실과 회사 매출감소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해 매출 감소분과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법원청사. 사진/뉴스토마토 DB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이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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