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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이야기)담수생태계의 무법자가 돼 버린 배스
이완옥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박사
입력 : 2016-10-07 오전 8:00:00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216여종의 민물고기 중에 배스(큰입배스)는 생태계 교란종, 토종 민물고기를 잡아먹는 외래종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돼 버렸다.
이완옥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박사
 
1960~1970년대 국민에게 값싼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들여왔던 배스와 블루길이 이제는 생태계교란종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동안 30여년을 퇴치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서식처를 넓혀가고 개체수도 증가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들여온 무지개송어, 틸라피아(역돔), 향어(이스라엘잉어), 떡붕어 등은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식용이나 낚시 대상종으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배스의 원산지는 북동 멕시코와 플로리다, 미시시피강 유역, 남부의 오대호 유역 등 미국의 남·동부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북아메리카 전역으로 서식처가 확대됐고, 현재는 양식 및 낚시 대상종으로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서식한다.
 
배스는 1973년 자원조성 목적으로 미국의 루이지에나에 위치한 연구소로부터 3~4㎝ 크기의 치어 500마리가 처음 국내로 도입됐다. 이후 이들을 사육해 일부 종묘생산에 성공했거 1975년 조종천, 1976년 팔당호와 토교지 등에 공식 방류된 이후 지금과 같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주로 호수나 하천 하류 등 물의 흐름이 느린 곳을 좋아하며, 육식성으로 새우·수서곤충·육상곤충·물고기 등을 먹고 산다. 산란기는 수온이 15℃이상 되는 4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이다. 바닥에 수컷이 지름 50cm, 깊이 15cm 내외의 둥지를 만든 후 암컷을 유도해 산란하고 방정한다.
 
1마리의 수컷은 여러 마리의 암컷을 유도해 산란 행동을 하는데, 보통 1개의 둥지에 수백 개부터 만개 이상까지 알을 낳아 부화한다. 수컷은 산란 후 둥지에 있는 알과 자어를 보호한다.
 
배스의 영양성분은 민물고기 중 고단백과 저지방으로 알려진 고가의 쏘가리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가식부의 지방산 조성을 비교할 때, 배스는 EPA 함량이 2.17~3.64%, DHA 함량이 11.11~18.09%이고, 쏘가리는 EPA 함량이 3.28~5.95%, DHA 함량이 3.85~9.07%로 베스의 총 불포화지방산이 더 풍부해 영양적인 가치가 높다.
 
또한 배스는 비타민 E(α-tocopherol)함량이 100g당 0.3~0.9mg으로 민물고기 중에서 선호도가 높은 메기나 붕어 등 다른 민물고기에서 발견되지 않는 항산화 활성이 있는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스의 활용은 식용으로 이미지 개선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원산지에서 배스의 활용은 식용보다 낚시 대상어로서 가치가 높고, 이식된 50여 국가에서도 식용보다는 낚시 대상어로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기가 큰 배스의 손맛을 즐기려는 루어 낚시인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반면, 생태계교란종이란 평가 때문인지 일반국민들과 다소 인식의 차이가 있다.
 
현재 배스 개체수와 분포지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활용을 위한 지속적인 관리를 하지 않은 채, 배스가 살기 좋은 생태계로 환경이 지속된다면 더욱 더 심각한 생태적 교란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한번 도입된 외래종은 많은 비용을 들여도 완전하게 퇴치하기 힘들다. 이미 미국, 일본 등 환경 선진국에서도 막대한 비용은 계속 지불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퇴치나 박멸과 같은 선동적이고 불가능한 구호보다 차분히 지속적인 관리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적은 비용으로 더 합리적인 생태계와 우리 물고기를 보호하는 방안임을 알아야 할 때이다.
 
수산생물의 감소는 과도한 어획(남획), 서식처 파괴, 수질오염, 기후변화, 외래종 도입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남획은 자원감소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배스 자원감소를 위해서는 배스를 식용으로 이용하고 낚시 대상어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근 언론에서 접한 뉴스를 보면, 우리나라 산모에게 좋아 대량 소비되고 있는 가물치가 외국에서는 외래종으로 취급되고 있다. 천적 없이 대량번식하고 있어 골치 아픈 물고기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담수생태계의 무법자가 되어 버린 배스를 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식용 가능성을 알리고, 루어낚시대상으로 적극 활용한다면 외국에 건너간 가물치의 오명도 함께 벗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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