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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료원, CCTV로 '노조 불법사찰' 정황 포착"
쟁의행위 찬반투표 장면 수집…야당 의원들 "법적 책임 물어야"
입력 : 2016-10-25 오후 4:35:30
[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고려대학교 부속 고대의료원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사내 노동조합 활동을 불법사찰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에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조사해 노조활동 개입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2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고대의료원은 CCTV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노조 전임자를 감시하고 해당 영상파일을 저장한 사실이 확인됐다.
 
고대의료원 총무팀이 노사협력팀의 요청으로 노조의 파업을 결정하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기간인 지난 18~20일 노조활동을 기록한 CCTV 영상의 복사와 보관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현장을 찰영하고 있는 사진이 포착되기도 했다. 쟁의행위란 파업과 태업, 직장폐쇄 등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것을 말한다.
 
강병원 의원은 “CCTV의 공익적 목적 이외의 사용은 노조 활동에 대한 명백한 불법사찰에 해당된다”며 “이러한 불법사찰의 정황들은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동참한 조합원의 인적사항과 노조 사무실 입출입자 파악 등을 통해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 조합원들을 압박할 목적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CCTV 사찰의 경우 노조의 쟁의조정 신청 후 병원에서 별도로 녹화해 활용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부당 노동행위의 경우, 특별 조사 등 개별 면담을 통해 부당노동 사례를 추가로 확인할 것을 노동부 등 관계기관에 요구한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관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고대의료원지부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간호사들의 임신순번제와 사직순번제 등 의료기관의 잘못된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인력 확충과 병원의 조직문화 개선 등을 사측에 요구하며 협상을 진행했지만,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쟁의행위 수순에 돌입했다. 
 
노사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조는 지난 13일 고대의료원 로비에서 쟁의조정 신청 보고대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사측이 노조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중간관리자들을 동원했고, 심지어 방화셔터를 내려 2시간 가량 일부 조합원들과 환자 보호자들까지 감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병원 운영시간인 오후 4시에 방화문을 내려 환자들까지 갇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강 의원실이 입수한 ‘노조탄압’ 문서에 따르면 병원 운영시간인 오후 시간대에 ‘음악회’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로비를 선점한 뒤 노조의 반발 시 사방을 봉쇄하고, 바리게이트를 설치하는 계획도 사전에 모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강병원 의원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정춘숙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대의료원에서 일어난 노조활동에 대한 사측의 불법적 사찰과 지배개입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정춘숙 의원은 “지금은 2016년인데 고대 병원에서 하고 있는 일들은 1980년대에 있을 법한 일”이라며 “노조는 단체교섭을 할 권리가 있는 조직이다. 고대 병원은 이런 불법적인 노조탄압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대의료원 노조의 다음 집회는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고대의료원 노조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대전을지병원과 서울을지병원 노조도 오는 27일 로비집회가 예정돼 있지만 사측이 이를 허용하지 않아 갈등을 겪고 있다.
 
윤소하 의원은 “고대병원은 합법적인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방화셔터까지 내리면서까지 국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일을 했다”며 “국회 환노위와 복지위에서 현장조사 등 진상규명을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 노조의 합법적 집회를 고대 병원 측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부분이 잣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가운데)이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강병원 의원실 제공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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