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서민 주거 안정의 최우선 목표인 내 집 마련의 꿈 실현이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아파트값 하락으로 '지금 사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매수세가 위축되고 있다. 가격이상승한 인기 지역은 각종 대출 규제로 묶여 매매에 부담이 커졌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 매수심리 경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반적 침체 기조에 실수요층이 매매를 망설이고 있는데다, 어렵게 매입을 결정하더라도 정부의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전국 평균 아파트 가격은 한 달 새 0.02% 올랐다. 하지만 전달인 작년 12월 0.08%에 비해 상승폭이 둔화됐다.
특히 아파트 중위 가격은 3억319만원으로 12월(3억337만원)보다 18만원 가량 떨어졌다. 아파트 중위 가격이 하락한 것은 작년 2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상위 소득계층이 아닌 서민이 주요 수요층인 보통 아파트의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아파트 중위가격은 모든 아파트를 가격 순으로 나열했을 때 수량에 상관없이 가장 중간에 위치하는 가격대를 말한다.
비록 일부 지역 아파트 단지들은 입지적 잠재력이 높이 평가되며, 가격이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수요자 입장에서 해당 지역 아파트 매입을 쉽사리 결정하기는 어렵다. 매입 시 대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정부 규제 강화 탓에 대출 부담이 커진 탓이다.
주택 시장 전반에 깔린 대내외적 악재와 정부 대출 규제 강화에 매수 심리가 나날이 위축되고 있다. 서울시내 한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정부는 작년 11.3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올해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는 아파트 잔금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소득 증빙 자료 제출 등 요건을 깐깐하게 하고 있다.
또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방식이 적용됨에 따라 수요자들이 매달 상환하는 금액이 커져 부담이 더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디딤돌대출 DTI 기준 축소, 총체적상환능력심사(DSR) 도입 등 각종 대출규제가 주택 구매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4분기 중도금 대출 신규 승인 규모도 1분기 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요자 입장에서는 주택 구매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작년 한해 주택 시장 호황을 주도하던 강남 재건축발 악재로 가격 하락세가 뚜렷한데다, 시중 금리를 낮춰 '빚내서 집을 사라'던 정부 조언을 따르자니 그 빚마저도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512건으로 작년 같은 달(5431건) 대비 17%나 감소했다. 계절적 비수기에 연일 가격 하락을 이어가는 시장 상황에 미국발 금리인상 등 국내 금리 인상 압박이 거세지며 매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낮은 경제성장률 지속을 비롯해 국내정세 불안 등 시장 악재가 분명한 상황에서 적어도 올해까지는 주택시장 전망이 비관적인 만큼 매수 심리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가계부채를 줄이거나 시장 과잉열기를 잡겠다는 정부 의도는 이해하지만 시장 전체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