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11.3 대책 이후 빠르게 냉각되던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반면 청약시장은 여전히 침체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시장 불안 요소 가중에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 작업이 한층 신중해지면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조차 타입에 따라 청약 경쟁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역별·유형별 청약시장 양극화와 조정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청약을 실시한 전국 34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1순위 마감은 9곳에 불과했고, 미달이 발생한 단지는 19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해 서울 평균 청약 경쟁률이 21.99대 1을 기록하며 1순위 완판행진을 이어간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같은 단지 안에서 타입별 수요 격차가 극명해졌다. 지난 15일 청약을 실시한 '송도국제도시 호반베르디움 3차 에듀시티'의 경우, 총 1530가구가 모두 중소형(75~84㎡)으로 구성됐지만 펜트하우스 타입이 234.8대 1의 경쟁률을 보인데 반해 나머지 타입들은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앞서 1, 2차 단지가 국제도시 입지와 전매제한 지역에 포함되지 않는 규제지역임을 앞세워 전 가구 1순위 마감에 성공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분양권 전매 제한은 없지만 중도금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자금 마련에 압박을 느낀 수요자들이 청약에 소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송도 국제도시A공인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수요가 위축된 상태에서 희소성있는 펜트하우스 인기가 높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나머지 타입이 이 정도로 힘을 못 쓸거라곤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작년 청약시장은 연초 침체 전망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아파트 활황을 중심으로 뜨거운 열기를 이어갔다. 특히 서울의 경우 대부분의 청약 단지가 나왔다 하면 1순위에 완판되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실제 계약으로도 이어졌다.
11.3 부동산 대책 이후 분양시장에 투자 수요가 이탈한데다 이어진 후속조치로 중도금 대출마저 깐깐해지면서 시장은 빠른 속도로 냉각됐다.
일단 당첨만 되면 최소 수천만원씩 웃돈을 붙여 분양권을 거래할 수 있었던 작년 상황과 달리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지역의 전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실주거용이 아닌 이상 수요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한 탓이다.
이에 따라 수요자들의 시장 옥석 가리기는 한층 더 신중하게 진행돼 같은 단지내에서도 경쟁률이 크게 엇갈렸다.
작년 청약 열기를 이끌었던 재건축 아파트들 역시 최근 타격을 받았다. 악재가 도사린 시장 상황에 내년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주요 단지들의 사업 계획이 번번이 퇴짜를 맞으며 사업성 확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사업 진행 불투명과 정부 규제 영향에 하락세를 지속하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들이 최근 주요단지 사업승인 또는 기대감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 반포주공1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하지만 최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대장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가 사실상 사업승인 되면서 재건축 아파트들의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서울시가 입장을 확고히 한 층고제한에 부딪혀 진척이 없던 잠실주공5단지 역시 '절대불가'는 아니라는 시의 발표에 호가와 문의가 살아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주 서울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8% 증가했다. 11.3 부동산 대책 이후 가장 높은 오름폭이다.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 역시 0.06% 상승하며 3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공공택지 공급 축소 등의 영향에 시장은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시장 악재가 분명한 만큼 청약시장의 조정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