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국내 정유사들이 올 1분기까지 호실적을 이어가면서 2분기 기대감 마저 고조 시키고 있다. 특히 마진이 높은 비정유 부문 성장세가 눈에 띄는 만큼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1월~3월) 국내 주요 정유사(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은 연초 높은 마진율을 보인 정유사업과 비중을 확대 중인 비정유 부문에 고른 성장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씩, 현대오일뱅크는 매출 69.1%, 영업이익 75.7%씩 증가했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1분기 대비 줄어든 영업이익을 기록한 에쓰오일(S-Oil) 역시 매출은 51.7%의 증가율을 보였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정유업계는 총 1억1778만배럴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역대 1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 대비 6.5% 증가한 양이다. 같은 기간 수출액수 또한 같은 기간 20달러 이상 높아진 단가에 힘입어 66% 높아진 74억58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유부문 호조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것은 비정유 부문의 약진이다. 어느새 주력사업인 정유부문 영업이익을 앞지르는가 하면 유사한 수준을 기록하는 등 영향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영업이익 가운데 석유화학과 윤활유 부문이 45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본업인 석유사업(4539억) 보다 높은 실적을 거둬들였다. 이에 힘입어 역대 3번째 영업이익 1조원(1조43억원)을 돌파했다.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국내 정유업계가 비정유 부문 비중 확대 및 업황 호조 속 2분기 역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울산에 있는 에쓰오일의 제2 아로마틱스 컴플렉스 전경. 사진/에쓰오일
지난해 1분기 보다 못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에쓰오일도 비정유 부문 기여도 확대에는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올 1분기 에쓰오일 석화 부문(1396억원) 영업이익은 정유부문 1002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비정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69.1%까지 올라왔다. 전년 동기 55.3% 대비 14%포인트 가량 높아진 수치다.
그나마 현대오일뱅크가 정유 2295억, 비정유 1253억 등 총 35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 정도가 타사와 대조된 모습이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가 다른 정유사에 비해 뒤늦게 석화 사업 비중 확대에 시동을 건 데다, 지난 2014년 롯데케미칼과 설립한 합작법인 현대케미칼이 올해 본격 가동된다는 점을 감안하며 향후 비정유 부문 확대가 점쳐진다.
이 같은 정유업계 포트폴리오 변화는 석유화학 등 비석유 사업 마진이 정제마진에 따라 유가상승 효과가 약화되는 석유사업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익성 다변화를 통한 안정감 확보라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는 최근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정제마진이 성수기 진입을 통해 향상되는 데다 각 사별 공격적으로 진행 중인 석화 부문 투자와 업황 호조로 1분기 보다 호조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