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시론)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한 단상
입력 : 2017-05-29 오전 8:00:00
중소벤처기업부의 설치가 가시화되고 있다. 1996년에 중소기업청을 신설한 이후 21년 만에 확대개편 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가나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모두의 숙원이 이루어지니 환영할 일이다. 장관급 중소기업부처는 매번 대통령선거공약(公約)으로 제시되었지만 한 번도 실천에 옮겨지지 않았다.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거나 공약을 하고 당선은 되었음에도 이해관계부처의 반대를 구실로 슬그머니 공약(空約)으로 내려놓곤 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중소벤처기업부 설치는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구체적인 조직과 기능이 알려지고 초대장관의 후보군도 압축된듯하다. 기존 중소기업청의 기능과 조직을 대폭 확대하여 17개 부처 중 여섯 번 째 규모의 매머드(mammoth)급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인 모두가 커다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탄생을 바라보는 정부와 기업의 시각은 두 가지다. 기업들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과 정부지원의 확대를 바라는 반면 정부는 정책의 강화와 효율성을 높이고 지원 확대에 따른 성과 즉 고용과 부가가치, 수출이 늘어나길 바라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개청할 당시의 목적도 그랬다. 중소기업청의 개청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국가주도의 계획경제와 기간산업육성을 통한 대기업중심의 산업정책에 중소기업육성이라는 새로운 축을 더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대기업의 역할이 축소되고 높은 실업률과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 등 기업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소벤처기업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일자리창출과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에 불리한 생태계를 바꿔야할 시점이다.
 
중소벤처기업부 탄생의 의미는 차관급 청단위에서 입법권과 강한 부처교섭력을 갖춘 장관급 부처가 됨으로써 새로운 정책파워를 갖게 된다는 점과 벤처기업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벤처라는 용어를 정부부처 명칭에 사용한 세계최초의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부처는 이러한 의미를 살려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육성이 그리 쉽지 않은 정책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간 중소기업청이 새로 개발한 정책이나 지원시책을 힘 있는 부처가 더 많은 예산과 행정력으로 ‘따라 하기식’의 중복사업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유사한 지원기관의 난립과 나누어주기 식의 예산배분이 기업을 혼란스럽게 한 측면도 있다. 부처 간의 헤게모니(hegemony)경쟁도 정책혼선과 지연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연구·개발(R&D)과 같은 분야는 20조원에 가까운 예산 중 중소기업청 소관의 중소기업전용예산이 1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벤처기업계에서는 기업체수의 99%와 고용 88%를 차지하는 수백 만 개의 중소기업예산임에도 중소기업청의 위상이 약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우선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소벤처기업 관련기능, 예산과 인력을 통합해야 한다. 해외시장진출, 보증, 생산이나 기술지원, 벤처투자 등과 같은 업무나 이의 수행기관도 과감하게 이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예산의 효율적 집행과 지원성과를 높일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데 있어 명확한 방향성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정책의 기본 축인 기업의 경영안정과 성장을 균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산업이나 내수분야의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경영을 도와 고용과 부가가치의 창출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생계형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대책도 이러한 선상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대중소기업관계나 갑을의 하청관계 등에서 시장경쟁의 균형유지를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상징성은 기술창업이나 벤처기업과 같이 새로운 기술사업화나 신 시장진출로 성장할 수 있는 벤처기업의 생태계 조성에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규고용을 늘리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벤처기업과 같은 될 만한 기업을 엄선하고 일단 선정되면 과감하게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더 많은 부처인력이나 예산을 투입해서 자칫 기업의 정부의존도를 높여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기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성과중심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의준 한국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
유현석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