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중·단거리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지속해 온 국내 저가항공사(LCC) 경쟁 흐름이 바뀌고 있다. 출혈 경쟁으로 수요 끌어 모으기에 급급했던 과거와 달리, 무르익은 시장 수요를 활용하기 위한 규모의 경제 갖추기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LCC들은 공격적 기단 확대를 비롯해 대형사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중장거리 노선 진출 등 외형 확대에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가장 적극적 공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업계 최하위권인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이다. 지난해 국제선 여객 기준 업계 5·6위의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은 지난달 나란히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의 경영 기조에서 탈피한 중장기 전략을 선포했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2025년까지 대형기 10대 도입해 유럽과 북미 진출 등 중장거리 노선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어서울도 일본 특화 전략을 벗어나 동남아 등 인기노선 경쟁에 적극 참여한다는 포부다. 각각 4대, 2대의 신규 항공기도 연내 도입한다.
양사 뿐 만 아니라 올해 국내 6개 LCC들은 항공사 운영에 있어 가장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신규 항공기 도입을 대대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연내 6대의 신규기 도입을 계획 중인
제주항공(089590)을 비롯해 진에어 최소 2대, 에어부산 4대, 이스타항공 2대 등 올해만 20여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LCC 2강으로 꼽히는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본격적 몸집불리기로 추격에 나선 하위권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기업공개를 통한 규모 갖추기에 주력한다. 사진/각 사
업계 2강으로 꼽히는 제주항공과 진에어 역시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진에어의 경우 상장 연내 마무리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주관사 선정까지 마친 상태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막대한 자금력 확보로 선두 제주항공과의 격차를 좁히고, 하위권에서는 멀어지기 위해서다.
기업 입장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거둘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원활한 자금 조달이다. 일반 투자자를 비롯한 외부로부터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다, 재무제표와 경영전반에 걸친 활동을 법적으로 공개해야하는 만큼 투명성 역시 강화된다.
이 같은 자금 확보 능력은 소규모 기단으로 인기 노선 위주 운항과 낮음 운임료 다툼을 통해 이익을 올리던 기존 구도를 탈피해 공격적 기단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최근 LCC 경쟁 구도에서 유력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5년 LCC 최초로 상장한 제주항공은 당시 기업공개를 통해서만 약 1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제주항공이 올해 LCC 가운데 가장 많은 항공기를 신규 도입할 수 있는 원동력 역시 상장사 특유의 자금 확보력이다.
창립 10주년에 맞춰 최근 LCC 최초로 독립 사옥을 보유하게 된 에어부산이 앞서 두 차례 무산된 기업공개에 재차 도전하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LCC 사업자들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외형 확대를 통한 다양한 노선으로의 진출은 필연적인 흐름일 수 밖에 없다”며 “대형기와 장거리 노선 운영 시 대형사 서비스 품질을 상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