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또 다른 ‘메기’가 출현했다.
눈치 빠른 금융인이라면 ‘카카오뱅크’ 얘기임을 벌써 알아챘을 것이다. 그 파급력이 예상보다 커 기존 은행권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카뱅은 출범 2주 만에 200만개의 신규계좌를 개설했다. 대출액도 8000억원이 넘어서면서 보름 만에 5000억원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기존 은행들은 인터넷은행으로의 고객 유출을 막기 위해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모바일뱅킹의 대출한도를 늘리는가 하면, 제출 서류를 없애고 금리도 낮추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중도상환 수수료가 비싸다는 틈새를 파고들어 중도상환 수수료 없는 소액 신용대출 상품까지 내놓고 있다.
물론 금융권에서 인터넷은행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극복할 수 없는 한계인 것처럼 알려지기를 원하는 기존 은행권들의 ‘노이즈’ 전략일지라도, 인터넷은행은 귀 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우려는 인터넷은행은 저축은행 수준에서 자리를 잡을 것이란 예상이다.
당장 카카오뱅크의 경우 고객이 대거 몰리면서 서비스 지연 등 고객민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민원 응대도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비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력을 더 배치해야하는데 인력을 늘리면 비용 지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개선도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인력을 늘리려면 수익이 보장돼야 하는데 수익이 따라주지 않고서는 인력을 늘릴 수 없고 대출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인터넷은행은 비대면 영업의 한계로 가계대출만 가능해 금융시장 주류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인터넷은행들은 이런 취약점들을 보완하거나 특화시켜 글로벌 인터넷은행으로 성장했다.
일본 세븐은행은 편의점을 적극 활용했다. 편의점에 ATM을 설치, 각종 금융 서비스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미국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독일 피도르은행은 개방형 IT시스템을 도입해 비트코인거래, P2P대출, 귀금속거래, 트레이딩, 크라우딩 펀딩, 연금투자 관리, 간편송금 등 협력사를 활용한 금융서비스로 독일뿐 아니라 최근에는 영국 등에도 발을 뻗었다.
국내 인터넷은행의 성공 여부 역시 ‘특화된 금융’과 ‘생활편의 서비스’에 방점이 찍힌다.
사실 그 동안 글로벌 진출은 보수적인 영업 형태를 갖춘 시중은행들에게는 먼 나라 아니, 가능하지만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때문에 비교적 몸집이 가볍고 유연성이 있는 인터넷은행에는 기회다. 특화된 서비스와 디테일한 생활 편의 서비스를 보유한다면 글로벌 진출은 더욱 쉬울 수 있다.
시장 나눠 먹기를 생각한다면 일부의 지적처럼 저축은행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제 인터넷은행들은 시야를 넓히지 말고, 특화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인 확장은 어느 새 현실이 돼 있을 것이다.
고재인 증권금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