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3분기 횡보를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허리케인이라는 또 하나의 악재와 마주했다.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에 현지 정제시설이 대거 가동을 멈추면서 원유 재고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10월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2.7% 하락한 배럴당 46.5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이틀간 47달러 후반까지 오르며 회복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리던 국제유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미국 전체 원유 생산의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멕시코만 연안에 상륙한 허리케인 '하비'다. 하비 상륙으로 멕시코만 일대 텍사스 정제시설의 80% 이상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원유 재고 누적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내 정유시설이 대거 몰린 텍사스만 연안에 상륙한 허리케인 '하비'에 현지 시설들이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원유 재고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의 컨 리버 유전지대 전경. 사진/AP뉴시스
미국에서 가장 큰 정유공장(아람코 포트아더)이 위치한 멕시코만 연안은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 4분의 1을 책임진다. 하루 정제 능력만 700만배럴에 달하는 주요 정유단지다. 하지만 기록적 폭우와 시속 200km가 넘는 풍속을 동반한 하비에 현지 공장들이 줄줄이 가동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 기상청은 하비가 최소 다음달 1일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비 상륙 3일째인 지난 27일 멕시코만 산유량은 일일 평균치보다 22% 급감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가격 회복의 장애물로 작용하던 미국 원유 재고가 이달 중순 큰 폭으로 감소했음에도, 함께 증가한 생산량에 유가는 오히려 하락할 정도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원유 재고 감소라는 호재에도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던 유가 흐름에 하비 상륙은 원유 재고를 또 다시 늘리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분기 재고 관련 손실에 따라 부진했던 국내 정유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시설 가동 중단에 단기적으론 원유 재고가 쌓여 국제유가의 하락을 피할 수 없지만,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 부족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으로 유가가 상승 반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28일 뉴욕상업거래소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1.78달러까지 오르며 지난 2015년 이후 장중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인 국제유가 흐름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미국 정부가 텍사스산 원유 생산 차질에 따라 단기적으로 수입 비중을 늘리겠다고 결정한 만큼 국내 업계 입장에선 대미 수출 비중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