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연장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역시 유가 상승과 이로 인한 경기 전반에 걸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OPEC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내년 3월까지였던 감산 기한을 12월까지 연장키로 했다. 지난 6월까지였던 감산 기한을 내년 3월까지 한 차례 연장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감산 연장 소식이 전해지면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1.7% 오른 58.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OPEC이 정기총회를 통해 감산 합의에 연장하면서 국제 및 국내유가 추가 상승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경제 전반에도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스트리아 빈 OPEC 본부 전경. 사진/뉴시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휘발유 기준 최근 18주 연속 상승세와 함께 2주 연속 연중 최고가를 경신한 국내 유가의 추가 상승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5.4원 상승한 리터당 1532.2원, 경유는 5.5원 오른 리터당 1324.1원을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관계자는 "산유국간 감산 기간 재연장 합의에 국내 기름값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기름값 걱정이 가계 부담을 늘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유가 상승이 소비와 투자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국내 경기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일 '국제유가 상승의 한국경제 파급 효과'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상승할 경우 0.22%, 80달러까지 상승할 경우 0.96%의 실질GDP 하락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와 밀접한 정유화학 업종의 경우 수혜가 예상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유가 상승 시 제조원가가 동반 상승해 제조비용은 물론, 수출시 수송비용이 늘게 된다는 반론이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석유화학제품 제조가는 7.5%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이 유가 상승압력 완화 전망을 내놓긴 했지만,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유가 급등 가능성을 함께 언급한 만큼 위안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은행은 3일 '해외경제 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기 개선으로 원유 수요가 늘어나겠으나 셰일오일 밴드효과가 작동하면서 유가 상승 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가 재개되거나 베네수엘라가 전면적 채무불이행에 직면할 경우 생산차질로 유가가 급등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