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공사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된 부분을 과감하게 청산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가장 먼저 혁신을 강조했다. 채용비리로 진통을 겪은 공사를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가스안전공사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신입·경력사원 공채에서 채용비리가 발생했다. 전임 사장은 인사비리로 구속됐고, 이로 인해 국민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공사의 신뢰 회복에 주력했다. 전 충북도의회 의장까지 지냈던 김 사장은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 강도 높은 내부 개혁을 끊임 없이 이어왔다.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사장의 인사권한을 폐지하고 특별채용도 없앴다. 채용비리 탈락 직원들은 공공기관 최초로 구제하기도 했다.
이같은 그의 노력으로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주최한 30개 공공기관과 정부 관계자가 참여한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국민신뢰회복 분야의 모범사례로 뽑히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이러한 내부 개혁과 함께 공사의 역량을 키워 차세대 에너지인 수소 경제 시대에서도 앞서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30년이면 대규모 발전도 수소로 하는 ‘수소경제 시대’가 도래할 것" 이라며 "관련 안전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는 이제 취임 100일을 갓 넘긴 김 사장을 만나 앞으로의 포부와 계획을 들었다.
-취임 100일이 넘었다. 그동안 주력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취임 직후 '청산과 혁신 TF'를 꾸리고, 버리고 고쳐야할 과제와 앞으로 공사를 이끌어나갈 혁신적인 과제가 무엇인지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신뢰 회복을 위해 조직 내 부당하거나 부패를 유발하는 요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생각이다.사장을 포함한 부당한 업무 지시자 뿐만 아니라 지시를 받고 업무를 수행한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부당 업무는 신고하도록 의무화 했다.
-지난달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채용비리 탈락자를 구제했다.
지난해 채용비리로 인한 인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사 차원에서 조직 쇄신·정상화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혁신 방안을 이미 도출했다. 그래서 빠른 조치가 가능했다.
-채용비리를 막기 위해 가장 크게 변화 시킨 부분은 무엇인가.
사장이 인사관리 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채용할 수 있다고 한 특별전형을 폐지했다. 채용 전 단계(서류, 필기, 면접) 평가표는 평가 완료 즉시 감사실 입회하에 봉인해 보관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채용 전 과정에 대해서는 블라인드화 하고, 면접위원 중 외부위원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 세부 채용 가점기준 규정화 등 부정 채용과 재량권을 남용할 수 있는 개연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합격자 결정 권한을 사장이 아닌 인사위원회로 위임해 채용과 관련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 인사 비리와 관련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징계도 강화했다. 채용 면접위원 명단을 사전에 유출하거나 순위를 조작하는 등 비리에 가담한 사람에 대해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인사비리 징계시효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사장으로써 특권을 모두 내려 놓은 것으로 보인다.
채용에 대한 사장의 권한을 일체 없앴다. 그저 누구를 채용했다는 보고가 올려오면 결재만 할 뿐이다. 오히려 채용청탁이 없으니 편한 부분도 있다.
-지역인재 채용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역과 상생 발전을 위해 올해 지역인재 채용 목표를 정부목표보다 3% 초과한 21%로 설정했다. 2022년까지 계획된 30% 채용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고, 이를 위해 지역대학과 연계한 취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정규직뿐만 아니라 위촉연구원·인턴 등 다각적인 지역인재 채용에 힘쓸 계획이다.
-가스안전공사의 역할은 무엇보다 안전이다. 10년 동안 많은 사고도 발생했고, 피해도 막대하다. 가스 안전 강화를 위한 방안은.
우리나라는 백만 가구당 가스사고 사망자 수가 지난 2013년 7.4명에 달하던 것이 지난해는 4.9명으로 낮아졌다. 이는 우리나라 가스안전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지진과 관련한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가스시설과 관련한 내진설계 기준은 모두 마련돼 있지만 일부 정압기실과 가스배관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내진성능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압기실 3072개소, 가스배관은 2만2777km에 대한 내진성능을 확인하고, 내진성능이 부족한 시설은 보수보강을 추진할 방침이다. 2020년까지 도시가스에서 전수 현장조사를 실시한 뒤 성능평가 등을 통해 내진성능을 확인하고, 보수보강은 내진성능 부족을 확인한 시점에서 3년 이내에 완료할 계획이다.
-가스안전 기술이 고도화 됐다고 했는데, 이를 해외로 수출도 한다.
가스안전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해, 국내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베트남이다. 베트남이 가스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난 2011년 시스템 구축 지원 MOU를 체결하고, 최초로 가스안전관리 자문관을 파견하기도 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LPG용기 및 충전시설과 관련한 기술 기준안을 제공해 베트남에서 법제화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베트남 수출이 증가하는 성과도 있었다.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로 수소를 언급하기도 했고,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공사 예산 가운데 3.4%인 34억원, 그리고 총 63억원 규모 51건의 국가연구과제에 참여하는 등 총 97억원을 R&D 예산으로 투입했다. 올해에는 100억원 규모의 직·간접적 R&D 예산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스안전과 관련한 분야와 함께 수소 분야에 관심이 많다. 정부가 2025년까지 수소자동차 충전소를 200개소로 늘린다는 목표를 밝혔고, 공사도 수소 분야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수소충전소에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수소저장 압력용기는 일본과 미국 등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고, 초고압 수소가스를 저장하는 데 적합한 복합재용기용 국내 기준도 미비한 상황이다. 2014년부터 공사는 수소충전소용 초고압 복합재 수소저장압력용기 개발 연구를 진행해왔고, 최근 수소충전소용(87메가파스칼·MPa)급 복합재 수소저장압력 용기 설계, 제작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 또 용기 파열검사와 내압팽창시험 등을 통해 국내안전기준인 '압축수소가스용 복합재료 압력용기 제조 시설·기술·검사 기준(KGS AC118)'을 만들었다.
-저소득층가스시설개선사업, 타이머콕보급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시설개선사업은 2020년이면 마무리 될 것이다. 타이머콕도 지자체의 협조로 잘 진행되고 있다. 새 사업으로는 도서지역 안전사각지대 해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섬 지역은 LPG 위주인데 안전에 대한 의식도 떨어지고 환경도 위험하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올해 사업을 시작하는데 청년 인턴을 채용해 일자리 창출효과까지 도모하고 있다.
-앞으로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난달 창립 44주년을 맞이해 'KGS 2025비전 선포식'을 열었다.'국민에게 신뢰받는 최고의 가스안전 책임기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내부 개혁과 함께 가스안전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채용비리로 내홍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본연의 임무인 가스안전관리에 충실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사진/뉴스토마토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