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건설업계의 장시간 노동과 안전사고 빈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워라벨 정책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이어 '표준 공기'를 마련하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워라벨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 원·하도급 간 각각의 입장이 달라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이 11일 서울 용산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건설업계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연이은 정부의 워라벨 정책이 시행되는 것에 대한 건설업계와 당국 사이의 시각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일단 정부와 건설업계는 표준 공기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 토지 보상이나 기후 변화 등으로 공사 일정이 촉박해짐에도 기존 일정을 준수하기 위한 무리한 공사가 시행돼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시간 노동과 안전사고 등이 한정된 시간에 공사를 마치면서 발생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다만 공기가 늘어나는 만큼의 비용를 누가 얼마나 부담하느냐에 대해선 입장이 갈린다. 업계에선 공기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비를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사기간이 늘어나다 보면 노무비와 현장관리비 등이 증가된다"며 "공기가 늘어나는 만큼 공공발주 공사비를 늘려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전시 행정으로 발주자가 소요 기간에 적합하지 않게 공기가 짧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연면적당 일정 공기를 확보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건설공사의 안전·품질 확보를 위한 공공 계약제도의 개선 방안'에 따르면 한국의 ㎡당 공사비는 2016년 기준 미국과 일본의 반값 수준이었다. 미국과 일본의 ㎡당 공사비는 각각 143만원, 369만원이었지만 한국의 공사비는 16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달리 정부는 업계에서 요구하는 공사비 증가 수준은 과도하다고 반박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사 기간이 늘어난다고 직접비가 늘지 않아 공사비가 터무니없이 늘어나진 않는다'며 "기존 공기에서 1년 늘어나는 것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공사비가 0.1~0.2% 밖에 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건설협회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정부에 제출한 보완책에 대해서도 원·하도급과 정부 간 합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종합건설사 등은 상시 근로자 수가 아닌 공사금액별 기준을 도입하자는 방향”이라면서 “반면 하도급 업체는 공사금액별로 도입할 경우 근로 단축제가 빨리 도입돼 반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역시 지난 11일 각계 건설업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고 보완책을 논의했지만 명확한 해법을 내놓진 않고 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