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상하이의 5월은 한국보다 무더웠다. 한국과 비슷한 기온일거라는 예상과 달리 덥고 습한 공기가 온몸을 땀으로 적시게 만들었다. 중국에서 가장 국제적이고 현대적인 대도시, 수출입의 국경 출입국 상하이. 그 때문인지 상하이 도심에는 랜드마크 '동방명주'를 비롯해 마천루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상하이를 가로 지르는 '황푸강'에는 화물을 실은 배들이 연이어 지나가는 이국적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 상하이 도심을 벗어나 1시간 남짓 달렸을까. 상하이와 상해 앞바다에 있는 소양산도를 연결하는 동해해상대교에 다다랐다. 2005년 완공 당시 세계 최장의 다리로 총 길이는 32km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장강하구의 얕은 수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하이 앞바다 소양산도까지 다리를 연결, 양산심수항을 개발했다.
우리가 찾은 양산항 4기 터미널은 이 양산심수항에서 가장 최근에 건설된 항만으로 모든 작업이 무인자동화로 이뤄지는 이른바 '스마트 항만'이었다.
양산항의 첫 인상은 한국에서 보던 항만의 모습과 달리 매우 조용했다.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컨테이너를 쌓아두는 '야드'에서는 한 명의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컨테이너를 옮기는 대형 크레인들과 컨테이너를 실은 무인차들의 움직임만 있을 뿐이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작년 말 개장한 양산항 4기 자동화부두는 부지면적 223만㎡로 서울 여의도(2.9㎢)의 약 77% 크기다. 총 사업비는 최대 140억 위안(약 2조4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항만의 움직임은 크게 3가지다. 화물을 실은 선박이 부두로 접안하면 높이 100m의 갠트리(안벽)크레인이 화물을 이송 차량에 옮긴다. 이 이송 차량은 야드를 가로질러 화물을 내려놓고, 이 화물은 다시 야드크레인이 우리가 흔히 보는 화물 트럭으로 옮겨 싣는다. 선박으로 화물을 선적할 때는 이 과정이 역순으로 돌아간다.
항만 자동화는 크게 3가지로 갠트리크레인에만 사람이 탑승할 경우 자동화, 이송 트럭까지 사람이 운전할 경우 반자동화로 분류된다. 모든 작업에 사람이 없는 경우가 바로 완전자동화로 양산항의 경우 작년에 이 완전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반면 현재 한국의 경우 대부분 항만에서 이 갠트리크레인과 이송차량, 야드크레인 모두에 사람이 탑승해 운전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양산항 4기 터미널 전경. 선박에서 화물을 내리는 갠트리(안벽)크레인과 화물을 싣고 야드를 오가는 무인 이송차량(AVG). 사진/뉴스토마토
특히 양산항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야드크레인 사이를 오가는 이송차량이었다. 무인으로 움직이는 이 이송차량들을 AGV라고 부르는데, 충전식 전기배터리로 움직였다. 전기배터리 사용으로 공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1초에 6m를 이동하는 속도로 한번 충전에 8~10시간 운행이 가능하다. AGV의 충전 과정 또한 모두 자동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현재 양산항에는 이 AGV가 50대, 갠트리크레인 10기, 야드크레인이 40기가 운영 중이며, 연간 설계 물동량 400만TEU(1TEU는 약 6m 컨테이너 1개)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처리량을 630만TEU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양산항을 관리하고 있는 중국 공공기관 상해국제항만그룹(SIPG)의 뤼신지에 양산항 터미널 부총경리는 "향후 터미널 상황에 따라 갠트리크레인은 26기, 야그크레인 120기, AGV는 130대까지 증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동화 부두에 이어 방문한 SIPG 사무실에서는 갠트리크레인을 관리하는 젊은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4개의 모니터를 앞에 두고 조이스틱 형태의 컨트롤러를 조작하며 갠트리크레인을 조종하는 중이었다. 마치 게임을 하는 장면과 비슷했다. 과거 갠트리크레인에 사람이 탑승해 12시간씩 교대 근무하던 것에 비하면 작업환경의 차이가 확연했다.
김명진 해수부 항만개발과장은 "양산항이 자동화를 도입한 것은 사회구조 변화도 감안이 된 것"이라며 "상하이의 경우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힘든 근무환경으로 부두 노동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상하이 항구의 전체 처리 물동량을 늘리기 위해서도 자동화는 필요한 사업이었다는 분석이다. 김 과장은 "현재 상하이가 처리하는 전체 물동량은 4000만 TEU인데 현재 양산항은 더 개발할 땅이 없다"며 "부두 개발을 못하는 상황에서 물동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동화 도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점에 따라 해외 항만들도 스마트 항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만 11개 항만에서 스마트 항만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며, 네덜란드와 미국은 이미 스마트 항만을 도입했다. 일본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모로코 등도 현재 항만이 건설 중이다.
한국은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2022년과 2024년 개장하는 부산항 신항 2-5, 2-6단계를 스마트 항만으로 건설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모니터를 보며 갠트리(안벽)크레인으로 컨테이너를 운반 중인 상해국제항만그룹(SIPG) 직원. 사진/뉴스토마토
상하이=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