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초여름 날씨 속에 가족 단위 시민들과 함께 땀 흘리며 도시농업의 재미를 익혔다.
박 후보는 유기농업의 날인 2일 오전 세운상가 옥상텃밭에서 ‘세대공감 도시농사’에 참여해 시민들과 함께 텃밭을 가꿨다. 세대공감 도시농사는 1960년대생 아버지와 1990년대생 자녀들이 함께 도시농업을 체험하며 부자·부녀 간의 벽을 허물고 농사와 먹거리의 소중함을 배우고자 기획됐다.
비교적 편한 복장으로 회비도 내고 장갑도 끼며 채비를 단단히 한 박 후보는 텃밭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행사를 주최한 백혜숙 에코11 대표가 명월초 심는 법을 알기 쉽게 알려줬다. 하지만, 박 후보는 옮겨심은 명월초 잎사귀 위에 물을 주려다 백 대표에게 “물은 잎이 아니라 뿌리에 주는 거에요. 물을 잎에다 주면 물이 볼록렌즈 역할을 해 잎이 탈 수 있어요”라고 제지당했다.
박 후보의 수난은 계속됐다. 상추밭으로 이동한 박 후보는 백 대표에게 자랑스레 “상추는 여러 잎 중에 한두개만 따는게 좋죠?”라고 물었다. 그러나 백 대표는 곧바로 “그렇게 하는 것보다 몇개만 빼고 뿌리까지 다 따는 게 자라는데 오히려 좋아요”라고 일러줬다. 박 후보는 멋쩍었는지 시민들과 함께 수확한 딸기를 씻지않은 채 곧바로 먹는 등 특유의 스킨쉽으로 위기를 넘겨 나갔다.
마지막 위기는 식사시간에 벌어졌다. 시민들과 텃밭체험을 마친 박 후보는 식사시간에 비빔밥 배식을 맡았다. 점심시간이 다 돼서인지, 텃밭체험을 끝마친 이유인지 기분이 좋아진 박 후보는 줄 서있는 시민들에게 “많이 드세요”라며 넉넉한 양을 배식하다 결국 “이거 50명 먹어야 해요”라고 한 소리 들었다. 다행히 함께 땀 흘린 시민들이 “50명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모자라면 다른 거 먹어도 돼요”라고 박 후보 편을 들면서 박 후보를 다시 웃게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부자·부녀 27명도 서울에 살면서 쉽지 않은 텃밭체험으로 함께 땀 흘리고 손에 흙 묻히는 시간을 가졌다. 아버지 원성필(49)씨는 “도시에 있는 아파트에 살면서 이런 일은 하고 싶어도 못했는데 오늘 아들이랑 오니 정말 좋았다”며 “주말농장은 너무 멀어 참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도심 가까이에 이런 공간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 원현우(23)씨도 “아버지랑 평소에도 가깝게 지내는 편이지만 손에 흙 묻히긴 처음”이라며 “버려진 옥상을 재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좋았고, 식물 키우는 법을 몰라 혼자 애먹었는데 오늘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체험을 마치고 박 후보는 “나도 딸이 학생 때 가수 HOT를 좋아하는데 무조건 못 가게 막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더라. 결국 딸의 마음을 열어보려 HOT 강타의 키까지 외워서 딸에게 다가가니 훨씬 나았다. 오늘 하루가 함께한 가족들에게 서로 문을 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가락시장 2층에 식품 관련 스타트업 11개가 자라나고 있다. 농업을 도시에 접목하면 다양한 상상력이 나올 수 있다. 도시농업 우습게 볼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2일 오전 세운상가 옥상텃밭에서 가족 단위 시민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