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일치 결정을 받으면서 정치권의 입법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대체복무 자체를 반대해 온 보수야당들도 헌재 결정을 인정해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헌재가 내년 12월31일까지 법 개정을 통해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라고 밝힌 가운데, 국회의 입법방향은 대체로 ‘힘들고 어렵고 길게’로 요약된다.
1일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김학용 의원은 병역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핵심은 ‘40개월’이라는 대체복무기간. 현재 국회에 계류된 개정안 3건(더불어민주당 전해철·박주민·이철희 의원 각각 발의)보다 복무기간이 길다. 전 의원과 박 의원 안은 현역병 군 복무기간의 1.5배로 규정했다. 김 의원이 이처럼 복무기간을 길게 잡은 건 계류된 법안의 복무종류와 성격이 제도 남용을 막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체복무에 부정적이던 바른미래당은 법 개정에는 여전히 소극적이지만,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만큼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국방위 바른 간사를 맡았던 김중로 의원은 이날 “대체복무제를 반대했지만, 헌재 판결을 존중해 생각을 바꿨다”면서도 ‘공이 국회로 넘어왔다’는 일부 언론 표현엔 난색을 표했다. 김 의원은 “군 병력 수급계획 등 전반적인 안보상황 전문성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를 가장 잘 아는 국방부가 안을 내놓고 국회가 검토하는 방식의 입법절차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은 헌재 판결 직후 가장 먼저 “신속한 입법 마련”을 촉구하는 논평을 냈고,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이철희 의원 법안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다만 대체복무제도로 현역기피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아 제도 남용을 막는 데 방점을 둔 엄격한 입법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방부는 “올해 말까지 정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역보다 훨씬 어려운 대체복무제 도입”을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국회에 제출한 병역법 개정 의견에서 “독일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초기에는 대체복무기간을 군 복무기간보다 길게 하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달 28일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현행 병역법 5조 1항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당장 병역법의 법적 효력 상실에 따른 혼란을 감안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보완 입법 시한을 2019년 12월31일로 명령했다.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결정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체 복무제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