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국민 10명 중 8명은 남북통일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통일 시점과 방법에 있어서는 장기적·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1일 발표한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9.6%는 통일이 ‘장기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했고, 3.9%는 ‘이른 시일 내 가능할 것’으로 답했다. 통일 추진 시점 및 방법에 있어서는 ‘점진적 통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62.9%로 ‘평화체제 유지나 별개의 국가’(29.9%), ‘가급적 빠른 통일’(7.2%)을 크게 앞섰다. 통일을 위해 부담하는 통일세와 관련해선 가장 많은 47.1%가 ‘추가로 세금이 필요하면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4·27 남북 정상회담 및 6·12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후속조치로 통일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에 대한 관심과 현실적인 인식도 두드러졌다. 안보 문제에 대해 88%가 ‘관심 있다’고 응답했고, 이 중 ‘매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응답자가 29%에 달했다. 단 남북관계 훈풍에도 “최근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안정적이다’는 응답이 52.9%, ‘불안정하다’가 47.1%로 비교적 팽팽하게 나뉘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에 대한 의견 역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43.2%로 가장 많았다.
안보 상황에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을 ‘잘 하고 있다’는 평가가 75.1%나 된 반면, ‘잘 못하고 있다‘는 24.9%에 불과했다. “올해와 비교할 때, 내년에는 한반도 안보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에도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이 84.2%로 압도적이었다.
북한과 북한 주민에 대한 인식은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다수가 북한에 ‘관심 있다’(82.1%), 북한 주민은 ‘한민족’(83.6%)이자 ‘협력해야 할 대상’(77.6%), ‘도와주어야 할 대상’(61.3%)이라고 느끼는 동시에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상’(78.4%),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70.2%)이라고도 했다. 주변국 중 우리나라 안보에 가장 위협이 되는 나라도 ‘북한’(55.7%)이 1위였고, ‘중국’(23.7%)과 ‘일본’(13.2%)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두 번째로 우리나라 안보에 도움이 되는 나라’(17.5%)로 꼽히기도 했다. 가장 도움이 된다고 손꼽은 국가는 ‘미국’(78.3%)이었다. 또 85.1%는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도 후했다. 두 회담이 ‘잘 한 일’이라는 응답은 각각 85.1%, 82.2%였고, 향후 남북·북미 관계와 협상 전망을 놓고 ‘잘 될 것’이란 응답이 각각 71%, 64.8%로 조사됐다.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에 가장 중요한 협력은 ‘남북협력’이라는 의견이 70.9%로, ‘한미협력’(17.6%), ‘북미협력’(8.8%)보다 우선시됐다. 최우선 대북정책으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63.8%)라는 응답이 ‘평화협정 체결’(38%)과 ‘경제협력’(31.6%), ‘북한의 개혁·개방’(27%), ‘이산가족 상봉’(24.5%)보다 많았다.
‘통일로 인해 우리가 얻을 이익’으로는 ‘국제적 위상’(86.4%)에 이어 ‘일자리 창출’(79.6%)이 제시됐다. ‘사회 발전’(75.1%), ‘경제성장’(74.7%), ‘정치안정’(63.9%)보다 많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문광부는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앞으로 격월 간격으로 여론조사를 지속 실시할 방침이다. 문광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가 대북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공유하고, 올해 안에 두 차례 조사를 추가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문광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6월29일부터 7월6일까지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52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신뢰수준은 95%, 표집오차는 ±2.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인사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