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국회가 상생·협력 명목의 기금 출연 요구하며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5일 관계부처장관과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15개 그룹 관계자를 국회로 초청해 'FTA 이행에 따른 농어촌과 민간기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국회 농해수위원장인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부정적인 얘기도 없지 않지만, 명확히 해야 할 건 법치의 연장”이라며 운을 뗐다. 간담회 취지인 농어촌 상생기금의 법적 근거를 강조한 것이다.
농어촌 상생기금은 지난 2015년 11월 한·중 FTA 비준 동의 과정에서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으로 기업의 자발적 기부로 조성키로 한 여·야·정 합의에 기초한다. 국회는 이를 2016년 12월 FTA 농어업법 등의 본회의 통과로 법제화했다. FTA 농어업법 18조의2 1항은 ‘FTA협정 이행으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농어업·농어촌과 기업 간 상생협력 촉진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정의했다. 관련법인 상생협력법은 재단 명칭을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으로 정하고, 조세특례법에서는 출연 기금의 10%에 해당하는 법인세액 공제 혜택을 규정하고 있다.
황 위원장은 “연이은 FTA는 국익에 크게 도움 되지만 농업 같은 특정분야는 연속적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해 FTA에 따른 영역별 이익의 대차대조표가 그렇게 나온 것”이라며 “법은 국회에서 통과했지만 그전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고, 전국경제인연합회·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에서 다 찬성했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참석자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특히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앞으로 기금을 내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재판정에 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국정농단 사건에서 불거진 대기업의 K스포츠·미르재단 출연 등 사회적 논란과 선을 그었다.
지난해 1월 법 시행 이후부터 올해까지 상생기금은 총 505억7289만원이 조성돼 있다. 이중 공기업·공공기관이 470억1089만원으로 93%를 차지하고, 민간기업은 35억1090만원으로 6.9%에 그친다. 개인·단체 명목으로도 0.1%인 5110만원이 모금됐지만, 모두 국회의원 및 농식품부·해수부·산업부 장관과 농어업인 단체 등에서 나왔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도 이날 “호출을 받고 왔는데, 저도 사비로 출연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환담이 오가며 ‘자발적 기부’임을 강조했지만, 한 기업인은 간담회장을 나오며 “우리도 당혹스럽고, 장관도 뭐…”라고 말을 흐렸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 대해 “장관으로서 참석한 것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농해수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완주 의원을 비롯해 여당 의원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예산안 합의를 해주지 않고 회의장을 빠져나간 데 반발해 참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15일 열린 'FTA 이행에 따른 농어촌과 민간기업 상생발전 위한간담회'에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장관(오른쪽)이 이종현 롯데지주 전무와 악수하고 있다. 뒤로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보인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