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과거 배임죄로 기소된 정연주 전 KBS사장에 검찰의 무리한 기소·수사가 있었다고 보고 검찰총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17일 검찰 과거사위는 정 전 사장의 지난 2008년 배임죄 기소건 조사결과에 대해 "정 전 사장에 대한 공소는 유죄판결의 가능성에 대한 상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제기돼 적법한 공소권 행사의 범위를 일탈했다"며 "검사의 잘못된 기소로 피해를 입은 정 전 사장에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한다"고 심의했다.
과거사위는 또 "혐의가 없는 사건의 기소에 대해 검찰 내부의 적절한 통제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검사의 권한남용을 통제할 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앞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14일 정 전 사장을 배임죄로 재판에 넘긴 'KBS 정연주 배임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과거사위에 보고했다. 이 사건의 조사대상은 정 전 사장에 대한 부당기소, 기획 고발 및 수사나 기소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 등이었다.
진상조사단은 "이 사건은 유죄판결 가능성이 없음에도 제기돼 적법한 공소권 행사 범위를 일탈한 공소제기이고, 검사에게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의 과오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사건 당시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등 진술을 종합하면 공소제기 결정에 관여한 검사들 모두 배임죄 혐의 인정에 한계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 진상조사단은 "고발 시기가 방송통신위원회와 여당 국회의원 등이 정 전 사장에 대한 퇴진 압박을 강하게 하던 시기이고, KBS가 조정을 통해 조세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2년 넘게 지난 후 고발이 이뤄졌다"며 "고발인의 자발적 의사가 아닌 정부 등 배후 세력의 기획, 조종에 의해 제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고도 말했다.
이어 검찰 수사 기소 외압 의혹에 대해선 "정 전 사장은 소취하에 관해 내부 절차와 외부 자문을 받았고 법원 조정에 응해 소송을 종결했다"며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검찰 수사에 대해 법무부장관 간섭이 일선 청에 전화하는 폐습이 있었다'는 진술이 있어 법무부 등 정부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했다.
다만 "당시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법무부 등 정부로부터의 외압은 없었다'는 취지의 공통된 진술을 해 의혹을 확인할 진술이나 자료를 발견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의혹 진위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정 전 사장 배임 사건은 2006년 KBS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한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KBS의 승소가 확실해 2448억원을 환급받을 수 있는데도 합의를 통해 556억원만 돌려받기로 해 회사에 1892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검찰이 정 전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정 전 사장은 KBS 이사회에서 강제 해임됐다.
그러나 법원은 "정 전 사장이 KBS의 이익에 반하는 조정을 강행했거나 배임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정 전 사장은 2012년 대법원에서 배임 혐의 무죄와 함께 해임처분 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17일 '약촌오거리 사건'과 'KBS 정연주 배임사건'에 대해 심의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