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첫 느낌은 ‘심플’ 그 자체였다. 헤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림자를 쫓을 필요가 없었다. 고정된 헤드가 사선에서 쏘는 빛 아래 그림자를 찾을 수 없다. 펼쳐진 노트 위에서 펜을 쥐어도 그림자는 손 뒤쪽으로만 생길 뿐이었다. 조명 빛이 노트 전체를 균일하게 비췄다.
아이들을 위한 책상용 조명 ‘발뮤다 더 라이트’ 사진/뉴스토마토
‘발뮤다 더 라이트’는 아이들을 위한 책상 조명이라는 콘셉트로 개발됐다. 일반 책상 조명은 머리보다 높은 위치에서 빛을 쏘기 때문에 아이들 머리와 손 그림자가 생긴다. 앉은키가 작고 시야가 좁은 아이들일수록 더 잘 보기 위해 머리를 숙이거나 몸을 구부릴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가까운 물체만 보고 있다 보면 근시가 될 확률이 높다. 테라오 겐 발뮤다 최고경영자(CEO)는 이 점에 착안해 제품 개발에 착수 했다. 당시 4살이었던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중 그림자가 시야를 가려 눈이 나빠지지는 않을까 걱정됐던 마음에서다. 그는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면서 시력이 나빠지는 문제를 좋게 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면서 학생들의 평균 공부 시간, 빛의 밝기 등을 고려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12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현장. 프리젠테이션 속 사진 주인공은 테라오 겐 발뮤다 최고경영자(CEO)와 그의 아들. 사진/뉴스토마토
발뮤다 더 라이트의 광원은 수술용 조명인 ‘무영등’에서 착안했다. 정확도와 정밀도가 생명인 수술실만큼 빛에 까다로운 곳도 없을 것이다. 특히 수술실에서 사용되는 빛에는 그림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겐CEO는 의료용 조명 일본 점유율 1위인 ‘야마다 의료 조명’을 찾아가 ‘포워드빔 테크놀로지’라는 전용 광원을 발명했다.
발뮤다 더 라이트(맨 오른쪽)는 그림자가 지지 않는다. 사진/뉴스토마토
자연광이 아닌 인공조명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눈은 피로해지기 마련이다. 발뮤다 더 라이트는 태양광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해 자연 백색을 재현한다. 자연계 빛을 100이라고 하면 일반 형광등은 약 60~70%의 광원을 재현하지만, 이 제품은 97%를 재현해 자연 빛에 가까운 빛을 낸다. 사물이 지닌 본연의 색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과도하게 심플한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겐 CEO는 "90%를 제품 디자인에 쏟았다. 나머지 10% 지분은 아이들에게 줬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스탠드를 장식하는 콘셉트다. 발뮤다 더 라이트를 구매하면 스탠드를 꾸밀 수 있는 스티커가 함께 제공된다. 밝기는 총 6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레버를 돌릴 때마다 피아노 건반음이 나오는데, 아이들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인이다.
발뮤다 더 라이트 제품 자체에 학용품 수납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판매 가격은 49만9000원이다. 책상에 두는 스탠드 조명치고 가격대가 상당히 높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미래 내 아이의 눈 건강을 위해, 내 아이의 학습 효과 증진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무리쯤 할 수 있을 것 같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