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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2배 산림 소실…그나마 피해 줄인 것은 '함께'라는 힘
주택 400여채 전소, 인명피해는 사망1명·부상1명…화재초기 전국서 달려온 '소방력' 큰 도움
입력 : 2019-04-08 오전 4:00:07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지난 주 강원 영동지역 일대를 휩쓸고 간 산불은 정부가 역대 세 번째로 재난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위험했다. 사망자 1명과 부상자 1명이 발생했으며, 주택 400여채가 불에 탄 것으로 집계됐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7일 "오전 4시 기준으로 인명 피해 2명이 발생했고 주택 401채가 불에 탄 것을 비롯해 총 1886곳이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전날 오후 집계 결과 총 916곳에서 두배 가량늘어난 수치로, 피해조사가 완전히 끝났을 때에는 이 보다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7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3호를 통해 강원 강릉시 인근 산불 피해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검은색 지역이 화재로 소실된 지역이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번에 소실된 시설물은 주택 외에 △창고 77채 △관광세트장 158동 △건물 1000동 △축산시설 925곳 △농업시설 34곳 △공공시설 68곳 등이 피해를 입었다. 비닐하우스 9동과 오토캠핑리조트 46동, 농업기계 241대 등도 산불로 소실됐다. 산림도 여의도 면적의 2배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고성·속초 250ha, 강릉·동해 250ha, 인제 30ha 등 5개 시군에서 총 530ha가 불에 탔다. 강원 산불방지 대책본부 등 발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2시10분을 기점으로 강원도 인제 산불의 주불이 모두 진화됐으며, 소방관과 군인 등 진화인력과 장비는 오후 6시30분쯤 모두 철수했다. 전날 진화작업에 참여한 인력은 총 1만4482명으로, 소방차 522대, 진화차 32대, 헬기 14대 등도 산불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한때 4000명을 넘었던 이재민 중 상당수가 귀가했지만 이날 오전 4시 기준으로 총 772명이 21개 임시주거시설에 분산돼 보호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7시17분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성콘도 부근에서 시작된 불은 초속 7.3m의 강풍을 타고 실효습도 22% 수준의 건조한 대기를 가르며 삽시간에 고성과 속초지역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특히 고도가 높은 산이 발달했기 때문에 비화(불똥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먼 곳에 옮겨 붙는 현상)가 거듭되면서 불길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번졌다.  소방관과 군병력이 긴급투입됐지만, 동해안으로 강풍이 계속되면서 진화는 물론 방화선 구축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소방 당국은 9시44분을 기해 대응 최고 수준인 3단계를 발령했다.
 
지난 4일 오후 11시46분께 강원 속초시 속초IC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도심뒤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독자제공)
 
상황이 긴박해지면서 전국 각지역에서 소방관들이 화재현장으로 달려왔다. 서울소방본부가 펌프차 3대, 물탱크차 12대 등 15대의 소방차를 고성으로 투입했고 경기와 충북 소방본부에서도 소방력을 지원했다.
 
그래도 불길이 잡히자 않자 소방청은 4일 오후 10시부로 전국 소방차들을 강원 산불 화재지역으로 출동할 것을 지시했다. 동원된 소방차만 872대로 서울과 경기, 인천, 충청, 경북 지역 소방차들이 긴급 대기 차량만 빼고 모두 투입됐다. 인력도 소방공무원 3000여 명과 군인, 의용소방대원, 공무원, 경찰 등 총 1만6000여 명이 투입돼 밤새 진화 작업에 총력을 다했다. 
 
산불로 인한 첫 인명피해는 사건 당일 오후 일어났다. 사망자는 50대 남성 김모씨로, 불이 처음 시작된 곳 부근인 고성군 도로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 김씨는 지인을 안전지대로 옮기려다가 연기에 갇혀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날 고성군 죽왕면에서는 72살 할머니가 대피하려고 이동하던 중 강풍에 날아온 물건에 머리를 맞아 숨졌지만, 화재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어서 산불 피해자로는 집계되지 않았다. 가장 피해가 컸던 이날 4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인근 학교 52곳은 휴업에 들어갔다.
 
지난 5일 화마가 휩쓸고 간 속초시 영랑호 인근 마을. 사진/뉴시스
 
불은 화재발생 다음 날인 5일 아침에야 겨우 잡히기 시작했다. 고성에서 시작된 불은 이날 오전 8시30분에 불길이 잡혔으며, 인제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도 진화됐다. 하지만 산지인데다가 건조한 날씨, 언제 시작될 지 모르는 강풍 때문에 1만3000여명의 소방관과 군인, 주민들이 하루 온종이 잔불을 잡기 위해 산을 누비다가 이날 오후 8시쯤 숨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철도공단 망상연수원 △LH 속초연수원 △도로공사 속초연수원 △철도공사 양양연수원 △한전 속초연수원 △신용보증기금 속초연수원 등으로 귀가가 늦어지는 이재민들을 보내 보호에 들어갔다. 
 
강원 소방본부는 화재 3일째인 6일 화재지역에 대한 대응 단계를 순차적으로 해제했다. 오후 1시쯤 충분하지는 않지만 반가운 비가 내려 진화를 도왔다. 동해는 이날 오전 9시10분, 속초 오후 3시10분, 강릉 오후 3시47분, 고성 오후 4시 등으로 대응 1단계를 해제했다. 잔불 정리가 쉽지 않았던 인제도 오후 4시10분쯤에 대응 2단계를 1단계로 낮췄다. 오후 4시10분을 기해 인제 산불 현장에발령한 대응 2단계를 1단계로 하향했다.
 
지난 5일 전날 강원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지역으로 확산된 가운데 화마가 휩쓸고 간 동해 오토캠핑장 연금매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황이 진정되면서 곳곳에서 구호의 손길이 도착했다. 6일 오후 3시 기준으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한 모금된 기부금은 47억3000만원에 달했으며, 현대자동차그룹과 부영, 대한항공, 롯데 등 기업들도 온정을 보냈다. 특히 현대차는 10억원을 피해복구성금으로 기탁하고, 부영그룹은 이재민에게 아파트 224세대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지자체들 후원도 잇따랐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은 성금 3억원 지원과 함께 7일 이재민 보호를 위해 강원 속초에 있는 서울시공무원 연수원을 개방하기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약속했다. 충북도와 안산시 등도 생수 등 구호물품과 자원봉사 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화재가 더 이상의 피해를 내지 않고 마무리된 데에는 강원지역 주민들 '정'의 힘이 컸다. 화재지역에서 떨어진 대피지역 상가와 숙소에서는 이재민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구호활동에 나섰으며, SNS를 통해서도 도움이 필요한 이재민과 피해자들을 찾았다.
 
이번 화재 원인은 전신주 개폐기 주변에서 처음 불길이 치솟은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정부는 경찰과 산림청, 소방청 등 관계기관을 중심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을 통해 최초 발화지점으로 의심되는 고성 원암리 야산과 강릉 옥계면 남양리 야산 등을 대상으로 감식활동을 벌인 뒤 증거자료를 수집해 국립과학수사원에 넘겼다. 
 
지난 6일 산불의 공격을 받은 강원 동해시 망상오토캠핑장에서 군장병들이 마지막 잔불을 정리하기 위해 정밀 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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