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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윤중천, '특수강간 혐의, 뇌물로' 몰고 가는 듯
조사단 조사·언론 인터뷰 통한 '별장 동영상' 인정, '뇌물성 성접대'에 초점
입력 : 2019-04-17 오전 2:22: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김학의 게이트’ 뇌물 공여자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태도가 뚜렷하게 변했다. 윤씨는 사건 발생 이후 6년 이상 '별장 동영상'은 사실이 아니라며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을 옹호해 왔다. 그러나 검찰의 과거사 정리 작업과 함께 수사가 다시 시작되면서 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감지된다.
 
윤씨는 지난 15일 한 방송 시사프로에서 사건의 핵심인 ‘별장 성폭행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김 전 차관은 물론,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이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호스트’격인 윤씨가 이에 대한 사실을 언론에 직접 밝힌 것이다. 
 
이른바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논란이 된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큰 사업을 벌일 것처럼 속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금품을 받아 챙긴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1년, 집행유예2년의 판결선고를 받고 지난 2014년 10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씨가 방송을 통해 ‘별장 성폭행 동영상’을 직접 언급한 것은 자신의 특수강간 혐의를 ‘향응성 뇌물’로 몰고 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동영상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에 따르면, 윤씨는 피해여성들을 자신이 고용한 남성과 함께 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협박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별장에서 동영상을 촬영했을 당시도 피해 여성 외 최소한 2명 이상의 남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처벌법은 ‘2명 이상이 합동해 성폭행(강간의 죄)을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특수강간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동영상의 제작 시기는 2012년 10월8일이다. 이때를 기준으로 하면 윤씨의 특수강간 공소시효는 2027년 10월5일까지다.
 
그러나 뇌물죄는 수뢰액이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하더라도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사소송법상 이 때 공소시효는 7년이다. 2012년에 오간 뇌물이라면 2019년 10월7일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대법원은 ‘성관계’도 일종의 향응으로서, 공무원에게 대가를 청탁하면서 제공했다면 뇌물죄를 구성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 윤씨로서는 훨씬 유리한 카드다.   
 
조사단 조사 단계에서의 윤씨의 태도에서도 특수강간 혐의를 뇌물혐의로 몰고 간 정황이 보인다. 조사단 관계자에 따르면, 윤씨는 조사단이 중간조사 결과를 과거사위에 보고할 때까지 총 5회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윤씨는 이 과정에서 ‘별장 동영상’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김 전 차관에게 접대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사단에 뇌물 공여 사실을 진술하면서도 총 뇌물 액수는 5000만원이 안 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특수강간' 혐의를 강하게 의심하는 조사단은 '금품' 수수만 뇌물로 보고 '성폭행' 부분에 대한 혐의는 과거사위 중간수사 결과보고에서 제외했다.
 
윤씨의 이런 전략은 김 전 차관에게도 나쁠 것이 없다. 다만, 수사단이 얼마나 빨리 윤씨나 김 전 차관을 기소하느냐가 변수다. 형사소송법 253조는 ‘시효는 공소 제기로 진행이 정지된다’고 정하면서 ‘공범의 1인에 대한 시효정지는 다른 공범자에게 대해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수사단 관계자는 이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피해 여성의 진술을 분석 중이며, 조만간 윤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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