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경찰관 근무 중 사격과 시위 진압이 원인이 돼 소음성 난청이 생겨 청력을 손상 당했다면 그 증상이 30여년 뒤에 나타났더라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하석찬 판사는 30년 이상 근무한 경찰공무원으로서 주기적인 사격훈련 및 집회·시위 진압 업무에서 각종 소음에 노출 돼 소음성 난청 등이 발병한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가 수행한 공무와 ‘감각신경성 난청, 이명’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하 판사는 “동료들의 진술서 등에 의하면, 원고는 임용 후 1983~1987년까지 청와대 경비를 주 임무로 하는 101경비단에서 매월 소총 및 권총 사격 훈련을 받았고, 일선 경찰서 소속으로 근무하면서도 사격훈련을 받았던 사실, 집회·시위 현장 관리책임자로 근무하는 동안에는 확성기 소음에 노출되고, 소음이 큰 현장에서 보안을 유지하며 경찰 무전을 청취하기 위해 무전기 볼륨을 크게 틀고 이어폰을 낀 채 업무를 수행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연구에 의하면, 소총 사격으로 발생하는 고음압의 충격성 소음은 1회성 노출만으로도 영구적 청력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며, 단시간 내 갑작스런 큰 소리에 노출된 후 일어나는 급성 음향외상은 감각신경성 난청, 이명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며 “원고는 사격훈련 중에 발생하는 사격음에 노출돼 급성 음향외상이 발생한 결과 난청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은 A씨가 2009~2013년, 2015~2016년 받은 일반건강검진의 청력검사 결과 양측 청력 모두 ‘정상’ 판정을 받았다가, 2017년 ‘좌측 귀 정상, 우측 귀 비정상’ 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2016년 검진 이후 수행한 공무만 인과관계대상으로 판단해 2017년 11월 A씨의 공무상요양 신청을 승인하지 않았다. A씨는 이듬해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서도 심사 청구가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그러나 하 판사는 “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내역 등에서 이미 1980년대부터 몇 차례 상세 불명의 청력 소실 및 이명 등으로 치료받은 내역이 나타나고, 법원 감정의는 ‘일반건강검진에서 시행되는 청력검사는 이비인후과에서 시행되는 청력검사 방법과 다른 경우가 많다’는 소견을 제시한 데다, 소음성 난청은 발병 초기엔 자각할 수 없다가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가 돼서야 인지하게 돼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훨씬 이전부터 발병해 청력 악화가 진행돼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하 판사는 이외 A씨에게 다른 이비인후과 관련 질환 원인이 확인되지 않고, 단순 노화로 인한 난청이라면 A씨 경우처럼 완전 비대칭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다는 의학적 소견 등의 정황도 참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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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